에세이 / 칼럼

유지윤의 On the Radio_Englishman i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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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man in New York

 

5년 반 만에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미국 국적의 아이와 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 듣는 기분이 묘하다.
 
영국 출신의 작가이자 배우였던 쿠엔틴 크리스프가 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I don’t drink coffee, I’ll take tea my dear. 커피가 아니라 차를 마신다고 말하는 첫 소절부터 영국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라고 외치는 후렴구에서는, 흔히 멋지다고 하는 영국 억양을 가진 이에게도 미국 생활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외계인이라는 뜻으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alien은 ‘이상한, 외국의’ 등을 뜻하는 라틴어 alienus에서 유래된 말이다.
Legal alien은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동사형 Alienate가 ‘소외시킨다’는 뜻임을 고려하면 legal alien에 담긴 차별적 의미가 드러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20년, 미국에서는 2021년에 alien이라는 용어를 foreigner, non-citizen 등의 중립적인 단어로 교체했다.
 
길거리에서 아이가 영어로 이야기할 때마다 나도 몰래 움츠러든다. 그럴 때 다음 가사를 되뇐다.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Then he’s the hero of the day // [적에게 맞서되, 최대한 피하는] 그야말로 영웅이죠.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 무지한 편견을 겪고도 웃는 게 진짜 남자니까.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 누가 뭐라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세요.

그래. 미국이든 한국이든, 혹은 자기 자신이 ‘alien’으로 느껴지는 그 어떤 환경에서든, 우리 모두 자기 자신으로 당당하게 살자.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유지윤/한때 라디오 PD.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이주 여성의 커리어 계발을 돕는 심플스텝스라는 비영리단체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워킹맘이다.
브런치 https://brunch.co.kr/@unijereve, 블로그 https://unijereve.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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