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뇌과학자 엄마 김보경 칼럼_편식하는 아이 이해하기 - 푸드 네오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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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는 아이 이해하기 - 푸드 네오포비아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식사에 대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아마도 ‘편식’일 거예요.
밥을 잘 안 먹거나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는 아이,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 초록색이라면 무조건 골라내는 아이, 혹은 새로운 음식이라면 입을 꾹 다무는 아이 등 편식하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은 부모님들에게 쉽지 않은 미션이죠.
“한 입만 먹어보고, 그래도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부모의 마음으로는 먹어봐야 맛을 알 것 같은데, 아이는 새로운 음식은 한 입도 안 먹으려고 할 때가 있죠.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을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라고 합니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이런 경향성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진화 심리학은 ‘잡식 동물의 딜레마’로 푸드 네오포비아를 해석합니다. 잡식 동물로서 여러 음식을 시도해서 영양 성분을 섭취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무 것이나 덥석 먹었다가는 독성을 섭취할 위험이 있죠. 따라서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안전한 음식으로 분류된 것은 편하게 먹고, 익숙하지 않아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음식은 먹지 않도록 진화되었다고 해요.

푸드 네오포비아가 가장 심해지는 시기는 만 2세~6세 사이입니다. 혼자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동시에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 아직 제대로 구분하지 못 하는 나이죠. 어린 아이들이 혹시라도 부모없이 아무 것이나 먹고 탈이 나지 않도록, 잘 모르는 것은 먹지 않는 경향성이 강해지도록 프로그램 된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이 우리를 낯선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자연의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경향성’일 뿐이에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누구에게나 있고,성인이 되어서도 존재합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음식을 접했을 때 누구나 약간은 꺼려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특히 식물은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 신호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쓴맛은 거부하고, 비교적 위험이 적은 단맛에서는 쾌감을 느끼도록
뇌에 프로그램 되어 있다는 해석이에요. 재미있죠?

아무 것이나 먹고 탈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진화적 이점은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지 않아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는 푸드 네오포비아. 아이들이 낯선 음식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아이의 성장을 믿어주세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식사분위기를 이끌어주면 아이들도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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