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며 하루하루_자연 2: 앙상한 가지가 빛날 때
본문
잎을 모두 떨어뜨린 가지를 앙상하다고 한다.
영어로 ‘Bare Branches’라고 했을 때는 그저 ‘잎이 없구나’ 정도의 무덤덤한 느낌인데 앙상하다는 우리말에는 애처로운 이미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추운 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대는 가지는 쓸쓸하고 애처롭게도 보이겠지.
그런데 한 번은 겨울나무에 경외감을 느낀 날이 있었다. 스티븐스 크릭에서 서쪽으로 계속 가면 Blackberry Farm Gold Course가 나오고 골프장 옆으로 난 작은 냇물을 따라 걸으면 McClellan Ranch Reserve와 만난다. 주차도 쉽고 트레일도 쉬워서 자주 가는 산책 코스이다. 그날은 늦은 오후였는데 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냇물도 제법 흐르고 공기도 청량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스락 거리는 잎사귀 하나 달지 않고 쭉쭉 뻗은 가지는 석양이 닿아 주저함 없이 빛을 반사했다.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는 계급장 없이도 당당한 군인처럼, 화려한 옷으로 감싸지 않아도 아름다운 여인처럼 석양만으로 빛났다.
이제 겨울에 나무를 보면, 잎이 없어도 앙상하지 않은 가지, 아니 앙상하여도 빛이 나는 가지를 떠올린다.
그림: 겨울나무(Winter Trees), Watercolor on paper, 11x14 in, 2022
By Eunyoung Park
영어로 ‘Bare Branches’라고 했을 때는 그저 ‘잎이 없구나’ 정도의 무덤덤한 느낌인데 앙상하다는 우리말에는 애처로운 이미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추운 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대는 가지는 쓸쓸하고 애처롭게도 보이겠지.
그런데 한 번은 겨울나무에 경외감을 느낀 날이 있었다. 스티븐스 크릭에서 서쪽으로 계속 가면 Blackberry Farm Gold Course가 나오고 골프장 옆으로 난 작은 냇물을 따라 걸으면 McClellan Ranch Reserve와 만난다. 주차도 쉽고 트레일도 쉬워서 자주 가는 산책 코스이다. 그날은 늦은 오후였는데 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냇물도 제법 흐르고 공기도 청량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스락 거리는 잎사귀 하나 달지 않고 쭉쭉 뻗은 가지는 석양이 닿아 주저함 없이 빛을 반사했다.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는 계급장 없이도 당당한 군인처럼, 화려한 옷으로 감싸지 않아도 아름다운 여인처럼 석양만으로 빛났다.
이제 겨울에 나무를 보면, 잎이 없어도 앙상하지 않은 가지, 아니 앙상하여도 빛이 나는 가지를 떠올린다.
그림: 겨울나무(Winter Trees), Watercolor on paper, 11x14 in, 2022
By Eu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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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SVK관리자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앙상하다 라는 말이 차갑고 초라하게 느껴지네요.. 몸은 풍족한데 마음은 앙상한 요즘입니다.
Artlang님의 댓글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앙상한 가지에도 곧 싹이 돋을 테니까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