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_24. Meet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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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myself

12월을 맞아 한해를 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의아니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가 겪은 실패들이었어요. 시간을 들이고 어떨 때는 돈까지 들여가며 해냈던 일들이 실패로 판결되는 일. 잃을 실(失)과 패할 패(敗)가 합쳐진 이 단어를 마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국어사전에서는 실패란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고 정의하더군요. 그러던 중 에누마 대표 이수인님의 책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온라인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인상깊은 답변이 있었어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속에서 어떻게 실패에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죠. 이수인 대표님은 실패 대처법에 대해 다음의 한 문장을 예로 들어주셨어요.

“차라리 잘되었다. 왜냐하면…”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예측하였지만 한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위의 문장을 빠르게 내뱉고 ‘왜냐하면 이후의 문장’을 나의 관점에서 완성하려 노력한다는 것이죠. 생각해낸 문장이 설득력 있을수록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고요. 저에게 큰 울림을 준 이 답변을 되도록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뜻을 세우고 일은 해냈는데 결국 뜻한바와 달라 잘못한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면, 오히려 결과의 시점에서 ‘내가 뜻한 바를 재정립하여 해낸 일을 결국 잘 해낸것으로 여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적어도 내가 나에게 여러번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을 찬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학적 농담을 녹여낸, 무정형의 무질서를 드러낸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도 여러번의 실패와 회고와 반영 끝에 탄생한 작품입니다. 뜻을 세우지 않고, 시도하지 않고, 회고하지 않고, 배운것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결과물이기도 하죠. 치열했던 삶이 음악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유난히 많이 울려 퍼지는 이유도 바로 실패에서 그치지 않았던 그의 의지 덕분입니다. 삶에 대한 의지 뿐만아니라 나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의지가 음악이라는 형태를 빌려 청자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강력한 에너지는 그의 서거 200주기 향해가는 오늘날에도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Ode To Joy - André Rieu


실패로 인해 주저 앉기보다 실패를 통해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연말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I beat myself, but in the end I meet myself.
나를 이겨내는 것은 결국 나를 마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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