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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안에 단단한 심지를 세우는 청소년 민족캠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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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명 아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주제는 가볍지 않고, 하루의 일과는 제법 빡빡해 보이는데도 선명한 눈빛이 또렷했다.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참석하는 겁니다. 처음엔 부모님께서 해보라고 하셔서 오게 됐지만 이번엔 제가 다시 가겠다고 했어요. 작년 캠프 이후 왠지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거든요.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어느정도는 해결되는 것 같았어요.” 박수제 학생(University Preparatory Academy Charter, 11학년)의 음성은 나직했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2년 연속 같은 캠프에 온다는 것은 웬만한 즐거움이 없이는 안될 것 같다고 물었더니 ‘캠프 전 후의 내가 바뀌었다’ 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보다 더 큰 동기가 있을 수 있을까.

대한국인의 역사를 열고, 살다
제 2회 청소년 민족캠프가 ‘대한국인의 역사를 살다’ 라는 주제로 8월 1일부터 3일까지 UC 데이비스 국제센터에서 열렸다. 52명의 아이들과 자원봉사 중인 대학생 8명을 만난 것은 첫번째 날이었다. 작년의 ‘대한국인의 역사를 열다’ 란 주제에 이어,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의 주제 강연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많이 생소할듯한 내용이 예정된 시간을 지나 마무리된 후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질문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고 말한다. 백퍼센트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상깊은 내용이 많았다고. 특히나 100여년 전,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였을 선조들이 미국에 와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군사훈련을 하면서 독립운동에의 의지를 다졌다는 것이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는 것이다. 주진오 교수 역시 소년병 학교와 이번 청소년 민족캠프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100여 년전의 청소년이 그랬듯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 역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 이민의 역사,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과 연관되는 접점을 찾아가곤 해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아이들이 역사를 통해 선조들의 삶이 내 안에 있다라는 연결성의 의미를 느끼는 거죠. 또 그런 열 명의 아이들이 작년에 이어 다시 돌아왔어요. 굉장히 보람있는 순간입니다.” 캠프의 이모저모를 꾸리고 있는 박은희 교사(오클랜드 한국학교)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캠프를 통해 역사란 단지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나에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리더인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
이번 민족캠프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 줄기로 구성되었다. 그 첫번째는 독립운동사다. 선조들이 미국에서 희생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 것처럼,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도 차세대 리더의 한사람에 걸맞는 꿈과 비전을 가지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두번째는 한국 전통 문화 체험. 한복의 역사를 배운 뒤 한복 인형을 만들고 모두가 참여하는 한복 쇼를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정확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특히 이번 캠프는 전라북도 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보훈처와 독립기념관에서도 후원을 받아 한국 정부와 지자체, 해외동포가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데 노력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듯 했다.



캠프에 참가하게 된 아이들의 동기도 순수해서 듣는 것이 즐거웠다. “집에선 어쩔 수 없이 동생이랑 영어로 이야기하게 되잖아요. 캠프에서 한국말을 많이 연습할 거예요.” 라는 아이의 웃음이 참 밝고, “이중적인 제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라는 아이의 마음은 깊었다.

작년에 이어 조장으로 자원봉사 중인 박제승 씨(Occidental College 졸업)는 무엇보다 이 캠프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게 사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좋다고 말한다. “한 조당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결과물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조장으로서 참견을 하는 것도 아닌데요, 아이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거든요. 첫 날보다 마지막 날에 모두 조금씩 성장한 게 보여요. 문화나 언어, 역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캠프 마지막날, 대한국인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본받아 살아가겠다는 결의의 시간으로 마무리를 한 청소년 민족캠프의 아이들. 미래의 어느 날이든 이 캠프에서 가졌던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이 아이들에게 삶의 확실한 길라잡이가 될듯 했다.

글/ 한혜정
사진/ 청소년민족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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