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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와의 입체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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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ersive Frida Kahlo

계단을 오르는데 작게 음악소리가 들린다. 점점 커지는 그 소리는 ‘아베마리아’다.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에 이끌려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사면으로 영상이 펼쳐지는 거대한 극장 안에 와 있는 기분. ‘이머시브 프리다 칼로(Immersive Frida Kahlo)’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화가의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콘서트인듯 하고, 그림을 보여주기 보다 사람의 일생이, 작품이 음악으로 영상으로 이어진다.

‘몰입형 예술체험’이라 풀어 말할 수 있는 이머시브(Immersive) 전시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프로젝터와 같은 장비를 동원해 보는 사람을 마치 화폭 안으로 들어오게끔 하는 것 같은 이 전시형태는 그림의 인물이 나와 움직이고 배경 또한 내 눈 앞에서 덧칠해지고 더해지며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다.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조명쇼 같기도 하며 바닥까지 360도로 펼쳐지는 영상에 압도되는 느낌이기도 하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보통 고통과 좌절의 한계를 뛰어 넘은 인물로 헬렌켈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프리다 칼로 역시 그에 못지않다. 아니 어찌보면 지금의 명성과 인지도를 그녀 자신은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작품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고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소아마비로 부터 시작해 비극적인 교통사고, 그로 인한 32번의 수술, 불륜으로 얼룩진 결혼생활까지, 게다가 그녀는 일생을 남편의 그늘 밑에서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 두려움의 크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작품과 실사를 넘나드는 거대한 영상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이미지는 이어지며 음악은 거기에 덧입혀진다. 척추가 부셔져 한평생 해야했을 의료용 가죽 코르셋의 그림이 사막에 뜬 여러 개의 해와 단 하나의 의자와 더불어 홀로 시간을 보냈어야 할 그녀의 어둠을 보여주고, 이어지는 흑백 이미지의 향연은 어두운 내면의 고독을 나타내는 이젤의 자화상과 이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남자같고 여자같기도 한 양면의 표현, 그리고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 중간쯤의 어디에 있는듯한 환상같은 영상. 이것은 영상마다 깔리는 음악이 아니면 그 느낌을 온전히 가지기 힘들듯 했다. 첫 부분의 ‘아베마리아’도 작품 <내 옷이 저기 걸려있네>에서 옷의 이미지와 더불어, 옷과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공허함을 사무치듯 느끼게 해준다. 그 다음은 반짝이다가 안개로 가득해진 숲 속에 사슴이 된 프리다 칼로가 등장하고 남편 디에고는 환영처럼 보인다. 온 몸 가득 화살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 사슴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이 고통은 어차피 지나갈 것이고 나는 의연히 감내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이. 낙엽이 떨어지고 배경은 눈이 오는 겨울로 바뀌지만 사슴은 그대로 남아 우리를 쳐다본다.

이렇듯 ‘이머시브 프리다 칼로’는 그녀의 작품과 일생 동안의 사건을 재구성하며 우리로 하여금 마치 그녀의 화폭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듯 하게 해주지만, 만들어진 스토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수동적인 감상자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일생을 담은 영상이 중간에 끼어들고 애니메이션과 음악, 조명이 함께 곁들여져 우리는 스스로 작품 안에 있을 작가의 생각을 애써 유추해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시간 남짓 프리다 칼로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었다. 전시회장을 슬슬 걸어다니며 눈 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다르게 감상할 수 있고, 한자리에 앉아 360도를 회전하며 즐겨도 좋다. 중간 메짜닌좌석의 거울이 또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즐겁다.



입장료가 조금은 부담되는 것도 사실. 주중은 35달러, 주말엔 45달러로 거기에 예약수수료 7달러가 더해진다. 미술관이라기 보다 공연을 감상한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비용을 낼만 하지만,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가기 전에 프리다 칼로의 생애에 대해 좀 알아보고 작품도 미리 보는 것이 본전 생각 안나게 하는 방법. 따라서 일반적인 미술관 관람보다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프리다 칼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작품과 걸맞는 음악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Immersive Frida Kahlo
장소: SVN West San Francisco(10 South Van Ness Ave, San Francisco, CA 94103)
기간: 5월 말까지
입장료: 주중 35달러, 주말 45달러(수수료 7달러 별도). 요가 포함 55달러(일요일만 가능)
www.immersive-frida.com/san-francisco/
주차: 전시장 자체 주차장은 없고 맞은편 퍼블릭 파킹을 이용하거나 시빅센터(civic center) 주차장을 이용하면 도보 5분.



글,사진/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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