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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잇는 조각보의 재발견, 한지희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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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잇는 조각보의 재발견, 한지희 클래식


한지희클래식 대표, 한지희 씨


옛 것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아름다움이 지금의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옛 것은 미래의 시간에 얹혀진다. 그리고 이어진다. 과거라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 Old Future> 는 ‘과거란 곧 미래’ 라는 생각이 담겨져 있다. ‘한지희 클래식’의 대표, 한지희 씨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11월 말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하다. “제가 조각보에 접근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각보는 공예가 아니라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으로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야 전통이 현재와 연결되고 곧 미래가 되는 것이죠.”

그녀가 작년에 20년 동안 해오던 한복사업을 과감하게 접은 것도 이 생각과 닿아 있다. 대를 이어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인 물’ 에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것. 무엇보다 그녀만의 독창적이면서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는 방향키를 완전히 바꾸게 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아이템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있어요. 한국을 모티브로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사용할 때 늘 영감을 주는 브랜드요. 아주 잘 만들어진 물건 하나가 주는 만족감은 더없이 크니까요.”
‘한지희 클래식’ 브랜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각보가 한국의 옛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어디서든 심지어 미래의 어느 날 어느 공간에서도 ‘한지희 클래식’ 그 이름 만으로 사람들에게 선택되고,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그녀의 브랜드는 두 갈래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조각보를 알리는 큰 축을 담당하는 ‘한지희 클래식’, 다른 한 축은 조각보가 현재의 우리와 보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조각보 앤 스타일’ 이다. 무엇보다 기발한 것은 조각보 DIY 키트다. 전통과 모던이 너무나 조화롭다 는 생각이 들만큼 멋진 모시 조각보 패키지부터 머플러, 무릎덮개 등이 바느질에 관한 설명서와 함께 구비되어 누가봐도 탐낼만 하다.
완제품을 판매하면서 DIY 키트를 왜 만드냐는 질문도 많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지희 대표의 생각은 굳건하다. “일본 퀼트시장의 방대함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죠. 우리의 조각보는 왜 이렇게 될 수 없을까 싶어서요. 오직 장인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어렵게 분위기를 만들어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할 수도 없어요. 누구나 조각보 하나쯤은 가질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조만간 강습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예요.”

그녀의 조각보는 유달리 색감이 다채롭고 과감한듯 하면서도 조화로움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복 디자이너로 직접 염색을 하고 원하는 컬러를 얻을 때까지 계속 염색물에 손을 담궜던 집요함, 원단을 매만졌던 오랜 시간이 조각보에서 완연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거기에 뻔하지 않은, 약간은 낯설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매력적인 컬러 배열이 한지희 조각보의 특징이다.

아마도 그것은 익숙해진듯 하면 새로움을 향해 떠나고, 의외성을 통해 아름다움을 한 발 더 깊게 만들려는 통통튀는 그녀만의 스타일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 역시나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자연보다도 사람이 만드는 것에서 영감을 더 많이 받는 편이예요. 특히나 건축물에서요. 건축물과 조각보는 서로 닮아 있어요. 구조적인 선, 컬러가 빛을 만났을 때 나오는 색다른 모습 등요.” 조각보를 보통 평면으로 생각하지만, 공간에서 입체로 존재할 때 훨씬 더 그 매력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오래된 미래> 전시회에서도 모시로 만들어진 조각보 가리개가 창문앞에 걸려 빛과 함께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던 생각이 났다. 마치 빛과 바람에 반응하는 생명체처럼도 느껴졌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11월까지 계속되는 한지희 씨의 전시회 <오래된 미래>

한지희 씨가 조각보로 세상에 내놓을 메시지는 무궁무진하다. 곧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아트뮤지엄에 입점을 하고 세계를 돌며 조각보를 가르치고 브랜드를 키워 세상과 연결할 여러 방법을 찾고 실현하는 중이다.
자신을 sns에 정의해 놓은 단어, ‘entrepreneur’ 가 말하고 있듯이 그녀는 조각보에 혁신적이고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을 수놓을 열정적인 개척자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조각보가 지닌 모든 것으로 삶에 아름다운 영감을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런 열정은 옛 것을 미래로 잇는다. 그것이 오래된 미래다.

글/ 한혜정
사진/ 한지희 클래식 제공 (인스타그램 @hanjiheeclassic_official @jogakbo_n_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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