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 함께 노래를 하며 피어나는 아이들
본문
함께 노래를 하며 피어나는 아이들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
아이들이 노래를 한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마음을 맞추고 있다. 노래 가사처럼 레드우드 숲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햇살아래 ‘숲길을 걸어요’ 를 소리높여 부르는 아이들. 천상의 목소리란 표현을 써야 한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삼단고음이라서도 아니고 세련된 무대매너를 가진 훈련된 합창단 소리도 아니었다. 가장 어린이다운 목소리, 꾸미지 않은 즐거운 표정이기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울림이 일어났다.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의 단원 아이들은 다같이 모여 재미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노래를 한다.
“노래로 특히 합창으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보자는 이윤정 단장님과 생각이 통했어요. 검증된 동요를 부르며 나이에 맞는 어휘를 아이답게 표현하다보면 이중언어에 힘들어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에 더 쉽게 다가갈 거란 믿음이 있거든요.” 그동안 유아 음악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합창이라 여겨왔다는 안미정 씨는 그래서 이윤정 단장과 의기투합했고 음악감독을 맡아 아이들에게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노래만큼 일석몇조의 효과를 갖는 건 많지 않다. 어떤 치료법에도 다 통하는 것이 노래이며, 문화나 언어를 이해하는 데도 노래는 큰 역할을 한다. “저희 합창단 연습의 시작은 애국가예요. 무궁화, 화려강산 같이 가사에 나오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다 보면, 아이들 눈이 반짝거리는 게 느껴져요. 막연히 한국에 느꼈던 감정들이 구체화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되는 거죠. 심지어 한국에 방문하면 꼭 해야할 일 중 첫번째로 무궁화를 직접 보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한국어 발음이 서툰 아이들이 애국가에 꽂혀서 샤워를 하면서도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큰 소리로 부른다는 이야기엔 정말 미소가 지어지고, 애국가의 가사를 다외워 부르면서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을 표정으로 보여주는 아이들에게서 ‘같이 노래한다’는 의미는 이보다 더 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아이들의 잠재력은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에서 감동적인 순간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한다.
정말 수줍어 하던 아이가 연습을 시작한 지 반 년만에 누구보다 먼저 아이들 앞에서 ‘정성을 담은 아름다운 소리’를 냈을 때, 안 감독이나 지켜보던 엄마들은 신기함을 넘어서 신비스럽게까지 느꼈다는 것.
“저희가 특히 공들이는 부분이 있어요. 소리를 낼 때 아름답게 내보자는 것이예요. 결국 그게 가장 어린이다운 소리가 되는 거고, 호흡을 통해 예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해 본 아이들은 음악과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친해질 수 있거든요.” 실리콘밸리한국 어린이합창단 아이들은 매일매일 즐겁게 노래를 하면서 음악과 평생 가는 친구가 되고 더불어 한국어 어휘가 나날이 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미정 음악감독은 합창단이 한국어 공부만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쌓여 아이들이 한국어를 익히게 되고 또 그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커뮤니티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또 합창단이 만들어진지 2년 차에 접어들며 초보 단원들에게 선배 역할을 해주는 열 살 단원부터,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듯이 도움의 손길을 언제든지 제공해주는 엄마들 덕분에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나날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 합창단이라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구요, 부모들이 어릴 적에 불렀던 노래를 아이들과 같이 부를 때 느끼는 행복은 더할 나위 없이 큽니다. 또 시니어 합창단과 연대해서 공연을 해보자는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노래를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이 없어지는 경험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지 않나요.”
안 감독의 말처럼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은 아이들이 크는 속도와 발을 맞춰 갈 계획이다. 공원과 숲을 찾아 다니며 노래도 키워 나가고, 온라인 수업에선 가사의 뜻을 아이들 눈높이로 설명해주며, 정기발표회를 통해서는 그동안의 결과를 서로 격려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아이들은 순간순간 피어나는 존재다. 그 사이에 같이 노래를 함으로써 아이다움을 잊지 않고, 또 함께 함으로써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하는 것,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은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글/ 한혜정
사진/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 제공(인스타그램 @sv_kcc)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
아이들이 노래를 한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마음을 맞추고 있다. 노래 가사처럼 레드우드 숲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햇살아래 ‘숲길을 걸어요’ 를 소리높여 부르는 아이들. 천상의 목소리란 표현을 써야 한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삼단고음이라서도 아니고 세련된 무대매너를 가진 훈련된 합창단 소리도 아니었다. 가장 어린이다운 목소리, 꾸미지 않은 즐거운 표정이기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울림이 일어났다.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의 단원 아이들은 다같이 모여 재미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노래를 한다.
“노래로 특히 합창으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보자는 이윤정 단장님과 생각이 통했어요. 검증된 동요를 부르며 나이에 맞는 어휘를 아이답게 표현하다보면 이중언어에 힘들어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에 더 쉽게 다가갈 거란 믿음이 있거든요.” 그동안 유아 음악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합창이라 여겨왔다는 안미정 씨는 그래서 이윤정 단장과 의기투합했고 음악감독을 맡아 아이들에게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노래만큼 일석몇조의 효과를 갖는 건 많지 않다. 어떤 치료법에도 다 통하는 것이 노래이며, 문화나 언어를 이해하는 데도 노래는 큰 역할을 한다. “저희 합창단 연습의 시작은 애국가예요. 무궁화, 화려강산 같이 가사에 나오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다 보면, 아이들 눈이 반짝거리는 게 느껴져요. 막연히 한국에 느꼈던 감정들이 구체화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되는 거죠. 심지어 한국에 방문하면 꼭 해야할 일 중 첫번째로 무궁화를 직접 보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한국어 발음이 서툰 아이들이 애국가에 꽂혀서 샤워를 하면서도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큰 소리로 부른다는 이야기엔 정말 미소가 지어지고, 애국가의 가사를 다외워 부르면서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을 표정으로 보여주는 아이들에게서 ‘같이 노래한다’는 의미는 이보다 더 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아이들의 잠재력은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에서 감동적인 순간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한다.
정말 수줍어 하던 아이가 연습을 시작한 지 반 년만에 누구보다 먼저 아이들 앞에서 ‘정성을 담은 아름다운 소리’를 냈을 때, 안 감독이나 지켜보던 엄마들은 신기함을 넘어서 신비스럽게까지 느꼈다는 것.
“저희가 특히 공들이는 부분이 있어요. 소리를 낼 때 아름답게 내보자는 것이예요. 결국 그게 가장 어린이다운 소리가 되는 거고, 호흡을 통해 예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해 본 아이들은 음악과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친해질 수 있거든요.” 실리콘밸리한국 어린이합창단 아이들은 매일매일 즐겁게 노래를 하면서 음악과 평생 가는 친구가 되고 더불어 한국어 어휘가 나날이 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미정 음악감독은 합창단이 한국어 공부만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쌓여 아이들이 한국어를 익히게 되고 또 그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커뮤니티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또 합창단이 만들어진지 2년 차에 접어들며 초보 단원들에게 선배 역할을 해주는 열 살 단원부터,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듯이 도움의 손길을 언제든지 제공해주는 엄마들 덕분에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나날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 합창단이라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구요, 부모들이 어릴 적에 불렀던 노래를 아이들과 같이 부를 때 느끼는 행복은 더할 나위 없이 큽니다. 또 시니어 합창단과 연대해서 공연을 해보자는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노래를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이 없어지는 경험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지 않나요.”
안 감독의 말처럼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은 아이들이 크는 속도와 발을 맞춰 갈 계획이다. 공원과 숲을 찾아 다니며 노래도 키워 나가고, 온라인 수업에선 가사의 뜻을 아이들 눈높이로 설명해주며, 정기발표회를 통해서는 그동안의 결과를 서로 격려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아이들은 순간순간 피어나는 존재다. 그 사이에 같이 노래를 함으로써 아이다움을 잊지 않고, 또 함께 함으로써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하는 것,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은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글/ 한혜정
사진/ 실리콘밸리 한국 어린이합창단 제공(인스타그램 @sv_kcc)
관련자료
-
링크
댓글 1
따뜻한비님의 댓글
- 익명
- 작성일
아이들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