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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스 에세네이 무성영화 박물관, 소리는 없어도 낭만은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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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없어도 낭만은 그득하다
나일스 에세네이 무성영화 박물관

아주 오래된 느낌이어서 정겨운 곳이 있다. 슬슬 걷다보면 빛바랜 간판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빈티지 샵에선 어느 누구의 손길을 여러번 거쳤음직한 장식품들에 눈길이 머문다.
나일스Niles 에 도착하면 적어도 몇십 년 이상은 시간이 멈춘듯한 분위기다. 왕복 이차선 도로에선 그 옛날처럼 차들이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 같고, 정말 1900년대 어느 즈음에 내가 있는 건가 할 정도의 그 시절 자동차가 막 주차를 끝낸듯한 곳이 있다. 그리고 눈을 들어보면 찰리 채플린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상한 끌림에 들어서면, 푸근한 미소를 띤 사람들 몇몇이 서로들 도슨트를 자처하며 열정적으로 우리를 무성영화의 시대로 데리고 간다.
영화 한편에 단돈 5센트, 니켈 하나면 충분했던 그리고 흥겨운 피아노 반주와 함께 다같이 박장대소하며 영화를 즐겼던 니켈로디언시대로 입장하는 것이다. 이곳이 에세네이 무성영화 박물관이다.

그저 작은 동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말해주는 이야기가 많다. 110년 전에 찰스 에셀스타인Charles Esselstyle이 ‘에디슨 무빙픽처 컴퍼니’를 설립해 나일스에서 최초로 영화를 틀었던 곳이기도 하며, 그 이후 에디슨 극장, 벨 시어터 등의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다가 2004년 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다시 매주 토요일 밤에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함께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찰리 채플린이다. 그는 이 극장 옆에 스튜디오를 만든 창립자들 두 명과 계약을 하고 함께 무성영화 다섯 편을 이곳 나일스에서 만들었다. 영화 The Champion 에선  나일스 G Street 남쪽에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에세네이 스튜디오 방갈로 옆을 강아지와 같이 걷는 장면이 나와 나일스의 옛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이곳에서 만난 카메라맨과 계속 영화작업을 같이 했으며,  배우 에드나 퍼바이언스Edna Purviance와 함께 The tramp 등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찰리 채플린의 여러 캐릭터를 창조하게 되었다는 것. 박물관 한 켠에 있는 오래된 극장의자 위에 놓여진 낡은 지팡이, 모자에서 찰리 채플린의 발자취가 또렷하다.

이곳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극장. 100석 정도 규모에 빈티지 의자로 꾸며져 옛날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또 스크린 바로 앞에 놓여진 피아노에선 흑백 무성영화에 입혀지는 발랄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듯 해서 얼른 영화 상영시간을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특히나 도슨트를 따라 삐꺽거리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그 옛날 영사실이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네모난 구멍에서 나오는 빛 한 줄기가 떠다니는 극장 먼지 한 톨까지 그대로 보이게 하는 옛날 극장의 영사실이다. 차르르륵 하니 필름을 돌리는 소리까지 들리는듯 한 이곳은 극장 주인이 바뀌면서 버려져있다가 2003년에 박물관으로 재단장하면서 옛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영사실로 들어서자 하얀 빛의 금속으로 둘러져 있는 안쪽 벽이 특이하다.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옛날 필름은 자체적으로 불이 나기도 하는 질산은(silver nitrate)으로 만들어져 혹시라도 불이 났을 때 극장 내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을 금속으로 둘렀다는 것이다.
또 벽에는 몇 센트짜리 영화 티켓 스티커, 츄잉 토바코를 바닥에 뱉지 말라는 ‘spit in box’ 낙서까지 백 년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련하기까지 하다. 그 때 그시절의 오리지널 필름 프로젝터들부터 블루레이 dvd 플레이어까지 한 곳에 있으니 그야말로 영화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바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방문하게 되면 일층 곳곳의 오래된 필름 프로젝터, 사진들, 여러 영화 자료나 기념품들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꼭 도슨트와 함께 극장 내부와 이층의 영사실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오랫동안 흘러 온 시간의 자국을 실감할 수 있는 때문. 군데군데 공사 중인 것 같은 벽 또한 1920년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리노베이션 하는 중이므로 오래지 않아 이곳은 복고의 아름다움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것 같다. 


**Niles Essanay Silent Film Museum (37417 Niles Blvd, Fremont, CA 94536)
주말에만 문을 연다. 도슨트의 설명은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영화상영은 저녁 7시부터.
https://nilesfilmmuseum.org/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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