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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 바로 그 와인, 릿지 와이너리 Ridge Viney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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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 바로 그 와인,
릿지 와이너리 Ridge Vineyards

1976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마친 프랑스 심사위원들은 한동안을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 프랑스의 와인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나게 한 일명 ‘파리의 심판’ 이란 사건 아닌 사건이 바로 그 이유다.
영국에서 와인학교와 샵을 운영하던 스티븐 스퍼리어는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을 맞아 재미있는 이벤트를 생각해냈다. 캘리포니아 카버넷 소비뇽과 샤도네이 시음회를 열되 프랑스 보르도, 브루고뉴 와인과 경쟁을 시켜보자는 것이었다.

심사를 위해 초청을 받은 프랑스인들은 하나마나 뻔한데 굳이 해야하나 하는 심정으로 참석했다고 후에 밝히기도 했다. 인정은 커녕 미국와인과 비교되는 것도 기분 나빠 했던 프랑스 사람들의 오만과 함께 나온 결과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나파밸리의 스택스 립Stag’s Leap이 1위, 그리고 몬테벨로의 릿지Ridge 가 5위를 차지해 심사위원들이 숨어지내야 했던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고급와인은 무조건 유럽, 특히 프랑스의 ‘샤또’ 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저물게 된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던 프랑스인들을 위해, 2006년  ‘파리의 심판 30년 후’ 가 런던과 나파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그리고는 역시나 30년 전의 그 와인으로 릿지가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며 1등을 차지함으로써 미국 와인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릿지 와인의 명성에는 와인메이커 폴 드래이퍼Paul Draper가 그 중심에 있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UC 데이비스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뒤 소노마 카운티와 산타크루즈 산맥의 잠재력에 주목한 사람이다. 그가 릿지 와이너리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도 꽤 재미있다.

세 명의 스탠포드 출신 엔지니어가 아홉 명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별장을 지으려고 땅을 구입했을 때, 릿지와이너리는 버려진 포도밭에 불과했다. 그러다 그들은 오래된 카버넷 소비뇽 포도나무를 발견했고 이 포도로 와인을 만든 후엔  별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엎고 포도밭으로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폴 드래이퍼를 합류시킴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던 와이너리의 철학을 견고히 재구성했다.
일단 릿지 와인은 ‘최소한의 개입’ 이란 명제를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모든 과정에 대입한다. ‘와인은 스스로를 만든다. The Wines, in a sense, make themselves.’ 라고 말한 폴 드래이퍼의 생각은 ‘pre-industrial’ 라고 하는 작업방식과 똑 닮아 있다.

이곳에서 와인은 배양된 효모균주 대신  포도원의 토종 효모를 사용하고, 두 종류 이상의 포도를 같은 포도밭에 심어 수확한 뒤 양조장에서 같이 발효를 시키는 ‘필드 블렌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땅의 고유한 특성과 지형을 그대로 살리는 방법을 채택해 산업화 이전처럼 가장 자연스럽게 와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



또한 릿지 와인병 뒷면의 라벨에는 이름에 따라 모두 다른 스토리가 적혀져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건조한 겨울이 2월에 갑자기 끝나 우리는 가지치기를 서둘러 마쳤고, 생장 기간이 늘어났으므로 9월 말의 더위는 위협적이었다. 소노마 크루들과 기록적으로 16일 만에 수확을 했으며 지금 마시기에 딱 좋을 것이고 20년 후까지도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마시는 와인의 스토리가 마치 드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세심한 배려가 있다.

풋힐 블리버드Foothill Blvd 에서 약 20분 간을 굉장히 꼬불거리는 도로를 지나야 나오는 와이너리다. 중간에 푯말이 있어서 길을 놓치지않게는 해주지만 길이 좁아 운전에 조금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힘든 운전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 와이너리에서 보이는 뷰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거기에 스태프들이 꽤 친절하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더해준다.

테이스팅 비용은 25불이고 미리 예약을 해야하며, 20불을 추가하면 245불짜리 몬테벨로(빈티지 2019. 파리의 심판에서 1등을 한 그 와인과 가장 비슷한 것) 한 잔을 테이스팅할 수 있다. 되도록 하기를 추천.


Ridge Vineyards_Monte Bello
17100 Montebello Rd, Cupertino, CA 95014
예약: ridgewine.com/visit/monte-bello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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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SVK관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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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따뜻한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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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급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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