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 아트센터 Cantor Art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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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와 예술에서 활기를 얻다,
캔터 아트센터 Cantor Arts Center
며칠동안 계속 내리는 비로 마음도 공기도 어둡게 느껴지던 오후, 캔터 아트센터 Cantor Arts Center 앞에 서니 햇빛과 마주한듯이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위의 빛을 다 흡수해버린 것 같은 쨍한 노랑이 반짝이면서 YO! 라고 인사하고 있는 데보라 카스 Deborah Kass 의 작품때문이다.
앞에서 보면 YO, 뒤에서 보면 OY로 보이는 이 작품은 앞뒤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반갑다’는 인사말이거나 스페인어로 ‘ I am’ 을 뜻하는 YO, 유대어로는 실망스러운 장면에서 말하게 되는 ‘애계..’ 라는 뜻을 가진 OY 가 동시에 있으니 사람들은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감상을 가진다. 발랄하면서도 포용적인 이 작품은 캔터 아트센터 정원의 로댕 작품과 상반된 분위기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사실상의 명칭은 가장 많이 기증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Iris & B. Gerald Cantor Center for Visual Arts 이지만 통상적으로 캔터 아트센터라 불린다.
이곳은 누군가가 스탠포드에서 딱 한 곳만 추천해달라고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장소다. 무료로 관람하기가 좀 미안할만큼 상당한 수준의 상설전시가 있는 곳이며, 도슨트 투어도 훌륭할뿐 아니라 야외 조각정원이 보이는 카페나 중정의 쉼터가 더할나위 없이 좋다.
마치 로마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의 입구를 들어서면 대리석의 웅장함이 꽤 위압적이어서 잠시 어디로 가야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부담은 떨쳐버려도 좋다. 일층과 이층 어디에서 관람을 시작한다해도 20개가 넘는 갤러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디든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들어선 방향으로 곧장 가면 먼저 스탠포드 가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놓은 갤러리를 볼 수 있다. 벽장 가득 수집품이 놓여져 있고 서랍을 하나 하나 열어보면 또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스탠포드 부부는 하나 뿐인 아들을 15세의 나이에 장티푸스로 잃은 뒤, 아들을 기리려는 마음으로 대학과 이 박물관을 만들었지만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1989년 지진으로 박물관의 많은 것이 훼손되었고 1999년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재개장하게 된다. 현재 약 5천년 전의 유물부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망라하는 3만 8천 점 정도의 회화, 조각 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두 개의 전시가 있다. 첫번째로 ‘루스 아사와 Ruth Asawa 의 얼굴들’ 전시는 친근하면서도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여늬 예술가와는 다른 시작점을 가지고 있는 루스 아사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와 힘든 삶을 이어가던 그녀는 당시 일본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정책으로 수용소에 감금당했고, 그 와중에 역시 수용자 신분이었던 다른 예술가의 가르침으로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수용소에서 드로잉과 원근법을 배우며 예술에 눈을 떴고 조각가로 성장한 그녀는 30년 동안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의 얼굴을 석고틀로 떠서 ‘누구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 갤러리를 돌다 귀에 익은 소리에 끌려 반대편을 향하니 어둠이 가득한 홀에서 사람들이 영상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그 소리는 한국인 유아영 작가의 작품 ‘아침의 제의식 Morning Rituals’ 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가야금이었다.
유작가는 죽은 이가 이승에서 풀지못한 한을 지우고 씻어주어 저승으로 인도하는 ‘씻김굿’ 을 재해석해서 비디오 작품으로 풀어냈으며, 2년 전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명상을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이 겪은 상실와 애도의 문제로 확장시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전반에 걸친 자연으로의 회귀, 토속적인 느낌,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나는 두루미의 모습들이 ‘안식처가 어디인지’를 묻는듯해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진지한지 이해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일곱 개밖에 없다는 로댕의 지옥문 중에 다섯번 째를 보는 것만이 캔터 아트센터를 방문할 목적은 아닐 것이다. 상설전시로 진행되고 있는 루스 아사와의 얼굴들을 만나고, 5월 7일까지 전시되는 유아영 작가의 비디오 작품을 감상하며,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East of the Pacific 전시를 보고나면, 어떤 면에서는 로댕 작품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 아메리칸 작가들로부터 생각지도 않게 얻게된 ‘사람의 회복력’에 대한 깨달음이 그 어떤 세계적인 작품보다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글,사진/ 한혜정
<Cantor Arts Center>
스탠포드 대학 교정 내에 있어 캠퍼스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미술관 관람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야외 로댕 조각공원부터 감상한 후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로댕 조각작품 과정을 재현해놓은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도슨트와 함께 하는 투어 시간을 확인한 뒤 방문하는 것을 추천.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 오픈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없지만 예약을 해야한다(museum.stanford.edu/visit).
주소: 328 Lomita Dr, Stanford, CA 94305
캔터 아트센터 Cantor Arts Center
며칠동안 계속 내리는 비로 마음도 공기도 어둡게 느껴지던 오후, 캔터 아트센터 Cantor Arts Center 앞에 서니 햇빛과 마주한듯이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위의 빛을 다 흡수해버린 것 같은 쨍한 노랑이 반짝이면서 YO! 라고 인사하고 있는 데보라 카스 Deborah Kass 의 작품때문이다.
앞에서 보면 YO, 뒤에서 보면 OY로 보이는 이 작품은 앞뒤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반갑다’는 인사말이거나 스페인어로 ‘ I am’ 을 뜻하는 YO, 유대어로는 실망스러운 장면에서 말하게 되는 ‘애계..’ 라는 뜻을 가진 OY 가 동시에 있으니 사람들은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감상을 가진다. 발랄하면서도 포용적인 이 작품은 캔터 아트센터 정원의 로댕 작품과 상반된 분위기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사실상의 명칭은 가장 많이 기증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Iris & B. Gerald Cantor Center for Visual Arts 이지만 통상적으로 캔터 아트센터라 불린다.
이곳은 누군가가 스탠포드에서 딱 한 곳만 추천해달라고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장소다. 무료로 관람하기가 좀 미안할만큼 상당한 수준의 상설전시가 있는 곳이며, 도슨트 투어도 훌륭할뿐 아니라 야외 조각정원이 보이는 카페나 중정의 쉼터가 더할나위 없이 좋다.
마치 로마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의 입구를 들어서면 대리석의 웅장함이 꽤 위압적이어서 잠시 어디로 가야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부담은 떨쳐버려도 좋다. 일층과 이층 어디에서 관람을 시작한다해도 20개가 넘는 갤러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디든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들어선 방향으로 곧장 가면 먼저 스탠포드 가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놓은 갤러리를 볼 수 있다. 벽장 가득 수집품이 놓여져 있고 서랍을 하나 하나 열어보면 또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스탠포드 부부는 하나 뿐인 아들을 15세의 나이에 장티푸스로 잃은 뒤, 아들을 기리려는 마음으로 대학과 이 박물관을 만들었지만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1989년 지진으로 박물관의 많은 것이 훼손되었고 1999년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재개장하게 된다. 현재 약 5천년 전의 유물부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망라하는 3만 8천 점 정도의 회화, 조각 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두 개의 전시가 있다. 첫번째로 ‘루스 아사와 Ruth Asawa 의 얼굴들’ 전시는 친근하면서도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여늬 예술가와는 다른 시작점을 가지고 있는 루스 아사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와 힘든 삶을 이어가던 그녀는 당시 일본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정책으로 수용소에 감금당했고, 그 와중에 역시 수용자 신분이었던 다른 예술가의 가르침으로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수용소에서 드로잉과 원근법을 배우며 예술에 눈을 떴고 조각가로 성장한 그녀는 30년 동안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의 얼굴을 석고틀로 떠서 ‘누구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 갤러리를 돌다 귀에 익은 소리에 끌려 반대편을 향하니 어둠이 가득한 홀에서 사람들이 영상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그 소리는 한국인 유아영 작가의 작품 ‘아침의 제의식 Morning Rituals’ 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가야금이었다.
유작가는 죽은 이가 이승에서 풀지못한 한을 지우고 씻어주어 저승으로 인도하는 ‘씻김굿’ 을 재해석해서 비디오 작품으로 풀어냈으며, 2년 전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명상을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이 겪은 상실와 애도의 문제로 확장시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전반에 걸친 자연으로의 회귀, 토속적인 느낌,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나는 두루미의 모습들이 ‘안식처가 어디인지’를 묻는듯해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진지한지 이해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일곱 개밖에 없다는 로댕의 지옥문 중에 다섯번 째를 보는 것만이 캔터 아트센터를 방문할 목적은 아닐 것이다. 상설전시로 진행되고 있는 루스 아사와의 얼굴들을 만나고, 5월 7일까지 전시되는 유아영 작가의 비디오 작품을 감상하며,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East of the Pacific 전시를 보고나면, 어떤 면에서는 로댕 작품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 아메리칸 작가들로부터 생각지도 않게 얻게된 ‘사람의 회복력’에 대한 깨달음이 그 어떤 세계적인 작품보다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글,사진/ 한혜정
<Cantor Arts Center>
스탠포드 대학 교정 내에 있어 캠퍼스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미술관 관람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야외 로댕 조각공원부터 감상한 후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로댕 조각작품 과정을 재현해놓은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도슨트와 함께 하는 투어 시간을 확인한 뒤 방문하는 것을 추천.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 오픈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없지만 예약을 해야한다(museum.stanford.edu/visit).
주소: 328 Lomita Dr, Stanford, CA 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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