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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 벌브, Albany Bu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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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힘과 사람들의 노력에 경외를,
알바니 벌브, Albany Bulb

 

알바니 워터프론트 트레일을 들어서며 해변가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그야말로 백만불 짜리 전망이 한 눈에 담겼다. 왼쪽으론 베이브릿지가, 오른쪽으로는 금문교가 파란 하늘과 푸른 물결 사이에 그림처럼 떠있다.
풍경만 보자면 이곳이 대형 건축물 쓰레기로 뒤덮혀 있던 곳이라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결자해지’란 말처럼 인간이 망쳐놓은 것을 다시 사람들의 노력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대자연의 협력없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땅의 생명력을 믿었던 사람들은 자연의 신비한 능력과 인간의 감성을 합해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실험적인 장소로 만들어냈고,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곳 알바니 벌브 Albany Bulb는 1950년대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던 곳이었다(트레일 입구의 텅 비어있는 참호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또 그때는 해안선을 따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시기다.
알바니 지역은 주변이 개발되면서 밀려드는 건설 쓰레기들로 삽시간에 ‘그나마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해갔고 누구도 미래를 걱정하지않을 무렵, 실비아 맥라글린  Sylvia McLaughlin은 반기를 들었다. 해변을 걷던 그녀는 걸을 수 있는 해안선이 점점 줄어 이제 6마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 환경운동가 친구들과 비영리 단체 ‘Save the Bay’를 창설한 그녀는 1965년 쓰레기 매립을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으로 우리는 지금 Albaby Shoreline 에서 그림같은 전망을 옆에 두고 산책을 하며, 그녀의 이름을 딴 McLaughlin Eastshore State Park 푯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10년 이상을 마구잡이로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 위로 자연의 힘은 어김없이 작용해 그 사이로 나무와 풀들이 자라났다. 그리고 새들이 찾아와 일년 내내 백가지 종류가 넘는 새의 서식지가 되었으며, 이렇듯 피어난 자연의 힘 안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놀이하듯 예술을 하게 되었다.

자잘한 돌과 흙이 평탄하게 깔린 길이지만, 안쪽 습지쪽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콘크리트, 시멘트 더미, 녹슨 철근 등이 쌓여 걸음에 주의를 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쓰레기였던 그것들에 색을 입히고, 다른 것들과 결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썩어가는 나무조각들은 물가에 앉아있는 근사한 푸른 소가 되었고, 콘크리트 더미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졌다.

 

또 두 명의 예술가들은 바다를 등지고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를 애원하고 있는듯한 여인상 ‘Beseeching Woman’을 만들었다. 알바니 벌브의 상징이 된 이 대형 조각작품은 장인과 사위 관계인 오샤 뉴만 sha Neumann과 제이슨 디안토니스 Jason DeAntonis 가 공동으로 작업한 것으로 흩어져있던 여러 건축물 쓰레기들을 재료로 썼다.
이렇게 예술가들은 그 어떤 재료라도 작품의 영감이 될 수 있고, 이 쓰레기장이 자신들의 실험정신을 쏟을 딱맞은 장소라는듯 31에이커의 땅을 모두 설치미술의 갤러리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이제 그 어떤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 땅이다. 쓰레기장이었다가 야영지로 되었다가 그 후 설치예술 전시장으로, 음악공연장, 연극과 춤의 무대, 도그 파크 등 변화의 흐름을 자유롭게 맞이하는 곳이 된 것.
알바니 벌브의 정체성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수잔 모팻이 창립한 ‘Love the Bulb’라는 단체에서 계절별로 이벤트를 열고, 인간이 훼손한 것을 제자리로 돌리려 애를 쓰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 환경파괴의 박물관이면서 자연이 함께 하는 이곳을 매순간 가꾸어가고 있다.

지도에서 알바니 벌브를 보면 왜 이곳이 Bulb이라고 불리는지 알듯 했다. 동그란 전구 모양의 땅이 샌프란시스코 만으로 뻗어있는 이곳은 우리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전구에 불이 탁 켜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듯 그렇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깨워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또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워내는 튤립구근처럼 생명력을 담뿍 담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가 망쳐놓았음에도 다시금 생명을 보여주는 자연의 복원력이 우리에게 강한 희망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Albaby Bulb
 
Albany Waterfront Trail은 해변을 따라 가는 2마일의 loop 트레일이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흙길을 따라 가다보면 약간의 경사진 길이 나오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Beseeching Woman 작품을 볼 수 있다. 곳곳에 자유롭게 놓인 예술작품들을 보며 걷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듯 걸을 수도 있다. 강아지들이 목줄없이 다닐 수 있게 허용된 곳이라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더욱 좋다.
주소: 1 Buchanan St, Albany, CA 94706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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