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됨과 새로움의 결이 함께 하는 와이너리, 뮤리에타의 우물 Murrieta’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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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과 새로움의 결이 함께 하는 와이너리,
뮤리에타의 우물 Murrieta’s Well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물이 있는 곳에서는 이야기가 샘솟게 된다. 우물가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전하고 그래서 역사가 만들어지며, 그 역사를 우물은 묵묵히 다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뮤리에타의 우물 Murrieta’s Well’ 도 그랬다. 170여년을 거슬러 골드러쉬의 시대인 1850년 즈음으로 올라가면 ‘엘로라도의 로빈훗’이라 불리던 호아킨 뮤리에타 Joaquin Murrieta 가 이 우물 곁에서 자신의 말들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이 있다. 무법자이긴 하지만 전리품을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마치 홍길동같았던 그는 오가는 도중에 꼭 리버모어에 들러 가장 맛좋은 물이라고 하며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 후 우물의 역사에는 1884년 루이스 멜 Louis Mel 이 주변의 땅을 걸으며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포도원 Chateau d’Yquem 과 Chateau Margaux에서 가져온 포도 가지를 심는 장면이 덧붙여진다.
프랑스에서 이민 온 그는 자갈이 많으면서 우물 덕에 물이 풍성한 이 땅의 본질과 리버모어의 기후에 완전히 매료되어 땅을 매입했고, 또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중력의 흐름을 이용해 와인을 만드는 Gravity Flow Winery를 시작한 것이다. 이 방법은 펌프 대신에 중력을 사용해 와인을 내리막길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지나치게 태닝되거나 산화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으며, 이 또한 뮤리에타의 전설적인 우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물이 지켜본 세번째 이야기에는 웬티Wente 가족이 등장한다. 루이스 멜과 친구사이였던 어니스트 웬티는 1940년 이 와이너리를 샀고, 뮤리에타의 우물 곁에서 할아버지에게 전통적인 와인만들기에 대한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자란 필립 웬티는 와이너리의 이름을 Murrieta’s Well로 지었으며, 현재 웬티 가족의 5대째인 조던 웬티 Jordan Wente가 포도원을 이끌고 있다.
와이너리에는 아직도 모든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배럴과 테이스팅 룸이 있는 건물의 벽과 야외 패티오의 담벼락은 그 옛날 1880년대 지어진 그대로다. 잔디밭 한 켠의 ‘뮤리에타의 우물’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품은 채 흐르는 물소리만 경쾌하게 내고 있다.
테이스팅 장소는 실내와 야외자리 모두 꽤 매력적이었다. 날씨에 따라 운영된다는 실내 테이스팅 룸은 높은 천장과 샹들리에, 배럴이 빈티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멋을 풍겨냈다. 또 일층과 이층으로 이루어진 패티오는 어느 곳을 선택해도 근사하지만, 특히 이층에서는 리버모어 계곡의 멋진 풍광이 함께 하고, 패티오 천장의 그늘막이 바람과 함께 움직여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주말엔 산들바람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기타의 선율이 얹어지기도 한다.
테이스팅은 체크인을 할 때 따라주는 2021 드라이 로제부터 시작된다. 찰랑거리는 핑크빛의 로제 와인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으면 어느새 비워진 잔에 샤도네이가 준비된다. 자매회사인 웬티 샤도네이와 같지 않을까 했었지만, 더 부드럽고 과일향이 풍부하다. 웬티 패밀리가 운영하지만, 수확된 포도는 웬티에 팔지 않는다고 한다. Murrieta’s Well 의 와인은 오로지 이곳 포도만 쓴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멀롯도 독특했다. 2017 멀롯은 한번만 필터링을 해서 만든다. 여러 번 필터링을 할 경우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오래된 방침이 있어서인지, 보통의 멀롯보다 과하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카버넷 소비뇽 역시 진한 루비컬러에 블랙베리, 카카오에 가까운 다크 쵸콜렛의 향, 독특한 페퍼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마지막 주자 쁘띠 베르도는 이 와이너리의 본향이 보르도지방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주는듯 했다. 프랑스어로 ‘작은 초록색 small green’ 이란 뜻처럼 다른 포도보다 오래도록 초록이다가 갑자기 익는 특징이 있고 이때문에 맛과 향이 강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것.
우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처럼 이곳 와인은 다채로운 컬러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리를 지키는 우물마냥 전통의 색을 잃지않으려는듯 해보였다. 그렇기에 뮤리에타의 우물을 찾는 사람들은 동네의 아주 오래된 나무 아래서 느껴지는 편안한 휴식을 가족과 친구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Murrieta’s Well
실내외 어디서든 테이스팅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잔디밭에서 담요를 깔고 햇빛을 즐겨도 좋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는 서버에게 듣는 뮤리에타의 우물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테이스팅뿐 아니라 음식과 페어링, 하이킹 등 여러 이벤트가 마련되어 자신과 맞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주소: 3005 Mines Rd, Livermore, CA 94550
글,사진/ 한혜정
뮤리에타의 우물 Murrieta’s Well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물이 있는 곳에서는 이야기가 샘솟게 된다. 우물가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전하고 그래서 역사가 만들어지며, 그 역사를 우물은 묵묵히 다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뮤리에타의 우물 Murrieta’s Well’ 도 그랬다. 170여년을 거슬러 골드러쉬의 시대인 1850년 즈음으로 올라가면 ‘엘로라도의 로빈훗’이라 불리던 호아킨 뮤리에타 Joaquin Murrieta 가 이 우물 곁에서 자신의 말들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이 있다. 무법자이긴 하지만 전리품을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마치 홍길동같았던 그는 오가는 도중에 꼭 리버모어에 들러 가장 맛좋은 물이라고 하며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 후 우물의 역사에는 1884년 루이스 멜 Louis Mel 이 주변의 땅을 걸으며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포도원 Chateau d’Yquem 과 Chateau Margaux에서 가져온 포도 가지를 심는 장면이 덧붙여진다.
프랑스에서 이민 온 그는 자갈이 많으면서 우물 덕에 물이 풍성한 이 땅의 본질과 리버모어의 기후에 완전히 매료되어 땅을 매입했고, 또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중력의 흐름을 이용해 와인을 만드는 Gravity Flow Winery를 시작한 것이다. 이 방법은 펌프 대신에 중력을 사용해 와인을 내리막길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지나치게 태닝되거나 산화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으며, 이 또한 뮤리에타의 전설적인 우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물이 지켜본 세번째 이야기에는 웬티Wente 가족이 등장한다. 루이스 멜과 친구사이였던 어니스트 웬티는 1940년 이 와이너리를 샀고, 뮤리에타의 우물 곁에서 할아버지에게 전통적인 와인만들기에 대한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자란 필립 웬티는 와이너리의 이름을 Murrieta’s Well로 지었으며, 현재 웬티 가족의 5대째인 조던 웬티 Jordan Wente가 포도원을 이끌고 있다.
와이너리에는 아직도 모든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배럴과 테이스팅 룸이 있는 건물의 벽과 야외 패티오의 담벼락은 그 옛날 1880년대 지어진 그대로다. 잔디밭 한 켠의 ‘뮤리에타의 우물’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품은 채 흐르는 물소리만 경쾌하게 내고 있다.
테이스팅 장소는 실내와 야외자리 모두 꽤 매력적이었다. 날씨에 따라 운영된다는 실내 테이스팅 룸은 높은 천장과 샹들리에, 배럴이 빈티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멋을 풍겨냈다. 또 일층과 이층으로 이루어진 패티오는 어느 곳을 선택해도 근사하지만, 특히 이층에서는 리버모어 계곡의 멋진 풍광이 함께 하고, 패티오 천장의 그늘막이 바람과 함께 움직여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주말엔 산들바람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기타의 선율이 얹어지기도 한다.
테이스팅은 체크인을 할 때 따라주는 2021 드라이 로제부터 시작된다. 찰랑거리는 핑크빛의 로제 와인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으면 어느새 비워진 잔에 샤도네이가 준비된다. 자매회사인 웬티 샤도네이와 같지 않을까 했었지만, 더 부드럽고 과일향이 풍부하다. 웬티 패밀리가 운영하지만, 수확된 포도는 웬티에 팔지 않는다고 한다. Murrieta’s Well 의 와인은 오로지 이곳 포도만 쓴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멀롯도 독특했다. 2017 멀롯은 한번만 필터링을 해서 만든다. 여러 번 필터링을 할 경우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오래된 방침이 있어서인지, 보통의 멀롯보다 과하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카버넷 소비뇽 역시 진한 루비컬러에 블랙베리, 카카오에 가까운 다크 쵸콜렛의 향, 독특한 페퍼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마지막 주자 쁘띠 베르도는 이 와이너리의 본향이 보르도지방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주는듯 했다. 프랑스어로 ‘작은 초록색 small green’ 이란 뜻처럼 다른 포도보다 오래도록 초록이다가 갑자기 익는 특징이 있고 이때문에 맛과 향이 강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것.
우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처럼 이곳 와인은 다채로운 컬러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리를 지키는 우물마냥 전통의 색을 잃지않으려는듯 해보였다. 그렇기에 뮤리에타의 우물을 찾는 사람들은 동네의 아주 오래된 나무 아래서 느껴지는 편안한 휴식을 가족과 친구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Murrieta’s Well
실내외 어디서든 테이스팅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잔디밭에서 담요를 깔고 햇빛을 즐겨도 좋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는 서버에게 듣는 뮤리에타의 우물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테이스팅뿐 아니라 음식과 페어링, 하이킹 등 여러 이벤트가 마련되어 자신과 맞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주소: 3005 Mines Rd, Livermore, CA 94550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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