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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온 벽화골목_이야기숲으로 둘러싸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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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온 벽화골목_이야기숲으로 둘러싸인 곳




좁은 골목을 천천히 걷다보면 여러 나라가 보인다. 여러 사람들이 보인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사건들이 보인다.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듯 하다. 벽화 하나하나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저마다 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샌프란시스코 클라리온 골목 Clarion Alley 엔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벽화가 내는 목소리들이다.
이곳엔 환경과 사회, 지역공동체, 예술적 자유 등에 대한 메시지가 골목 양쪽 벽을 캔버스 삼아 그려져 있다.
때론 유머가 담기기도 하고 아주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 당신이 이 골목에 들어온 이상 나 이외의 사람들과 세상에 눈길을 줘야한다고, 모른척하지 말아달라고, 조그만 관심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고 그렇게 말을 한다.

 

Clarion Alley Mural Project 의 첫글자를 따서 CAMP라 불리는 단체가 독특한 분위기의 벽화 골목을 탄생시켰다. 30년 동안 그려진 900여 점의 벽화들은 분노가 담겼지만 자유로운 예술의 향기를 지닌 덕에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낡고 지저분했던 이 골목이 관광지로 바뀌는 예상치않았던 변화가 생겨났다.

 

또 골목에서 3분 정도만 걸으면 4층 건물을 통째로 예술품으로 만든 The Women’s Building을 만난다. 건물의 이름답게 이곳 벽화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건물 꼭대기의 카리스마 가득한 얼굴은 과테말라 원주민을 대표해 사회정의활동을 벌여 199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리고베르타 멘추 Rigoberta Mench이며, 전쟁의 신이 태어나는 것을 막다가 돌에 에워싸였다는 아즈텍 달의 여신이 벽화에서는 돌더미에서 벗어나 당당한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죄로 감옥에서 23년을 보내야했던 푸에르토리코 혁명가 로리타 르브론 Lolita Lebron 의 얼굴도 이곳에서는 평화롭기만 하다.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모든 여성들은 ‘누구보다 먼저 용감하게 앞장서는 중’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 건물은 그래서 아주 한참동안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1993년 베이지역 벽화가들의 모임인 ‘Who’s Who’가 주도해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 예술가들의 힘이 합해진 이 벽화의 이름은 마에스트라피스 MaestraPeace. 평화의 선생님이라서인지 모두 다른 그림인데도 꽤 조화로운 느낌이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사람들이지만 화목한 한 가정의 식구들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 건물의 벽화들은 계속 세상을 향해 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클라리온 골목 벽화들의 반항적인 목소리에 그늘을 느꼈다면, 이곳에서는 햇살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한 여성과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손을 잡고 함께 춤추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울림이 전해졌다. 벽화의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주소: 90 Clarion Alley, San Francisco, CA 94110

16번가 미션 바트역에서 나와 발렌시아 스트리트쪽으로 가면 클라리온 벽화골목을 찾을 수 있으며, 18번가 방향에 The Women’s Building이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미션 돌로레스 바실리카도 있고, 가까이에 미션 돌로레스 파크도 있어 하루 일정을 잡고 방문하면 좋다. 경사진 잔디밭인 파크에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전망은 예술이다.

글,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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