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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키작은 등대, Point Bonita Ligh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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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키작은 등대,
Point Bonita Lighthouse



때로 빛도 뚫지 못하는 깊은 안개는 ‘하얀 암흑’ 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배를 모는 사람들에게 칠흑같은 어둠보다 자욱한 안개가 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고, 그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내 주는 것이 등대의 한줄기 빛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마주하는 마린 헤드랜즈의 ‘포인트 보니타 등대’도 그 한줄기 빛의 쓰임새를 위해 1855년 세워졌다. 골드 러쉬의 행렬에 금문교 근처로 배들이 몰려들었고, 산봉우리에서 배를 인도할 빛으로 만들어졌던 것.
하지만 등대에게도 안개는 복병이었다. 너무 높은 곳에 세워진 탓에 안개가 등대의 빛을 막았고 1877년 해발 124피트인 지금의 장소로 옮겨진 것이다. 등대 운반을 위해 터널을 뚫었고 현수교가 만들어지는 등 험난한 과정을 겪었지만 오히려 이 둘은 포인트 보니타 등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예쁘다’는 뜻의 보니타 Bonita가 어울릴만큼 아담한 크기의 키작은 등대다. 내부에서 사실 볼 것은 많지않다. 역사를 나타내는 사진들과 등대 램프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자료 몇 점이 전부일 정도지만, 등대까지 오는 트레일과 터널, 미국에서 유일하게 현수교를 건너야 갈 수 있다는 점, 태평양과 금문교를 한 눈에 담는 풍경 등이 꽤 멋지다.

 

주차장에서 등대까지 거리는 15분 정도. 가는 길은 내리막길로 위에서 바라보는 특별한 풍광을 선사해준다. 좌우로 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져 있고, 돌섬 위를 유유히 나는 새들, 하얀 물결이 부서지는 파도와 금문교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이 태평양에서 금문교를 가장 멀리서 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고.
트레일 중간에서는 네모난 터널 입구가 보이는데, 이것이 등대를 옮기기 위해 뚫었다는 터널이다. 조명이 없고 바닥이 고르지 않아 35미터 터널을 지나는 동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두운 터널을 걷다가 출구에서 쏟아지는 빛을 보자면, 백오십년 전 안개 속을 헤매던 배들이 느꼈을 희망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듯 했다.

그렇게 터널을 지나면 현수교가 보이지만 아직 등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수교 앞까지 가야 키작은 등대는 얼굴을 보여준다. 현수교는 이름 그대로 케이블로 이어진 다리라,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그래서 건너다보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180도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과 합해져 물 위를 걷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른 등대와 달리 터널을 통과하고 현수교를 지나야 만날 수 있는 포인트 보니타는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사람이 거주하면서 운영했던 등대라는 애틋함이 있다. 마지막 유인등대였다가 이제는 혼자서 반짝이는 등대가 되었다니 그래서일까, 거친 바람에도 반짝이는 램프와 녹슨 외관 속에 그동안 이 빛을 희망으로 삼고 바다를 건넜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등대가 다 감싸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등대는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그것도 12시 30분부터 터널 문이 열려 3시 30분에 닫히므로 시간이 꽤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놓칠 수 없는 풍경이 있어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기다림이 즐겁다. 쌍안경을 가지고 가면 바다에 갖가지 새들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즐거움이 커진다. 소살리토 나들이와 묶어 하루 코스로 둘러본다면 더할나위없이 멋진 하루가 될 것이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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