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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그리고 또다른 스타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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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그리고 또다른 스타트라인



입학과 졸업이 만일 시소를 타고 있다면, 아마 그 시소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미국에선 졸업의 무게가 입학에 비해 엄청나니까요. 졸업식도 꽤 성대하게 치뤄지곤 하죠.

저에게 졸업식은 모두 다섯 번, 그 중에 기억나는 건 유치원 졸업 빼고 네 번인데요. 딸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 오히려 제가 졸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딸아이를 축하한다는 마음보다, 저를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후련함과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딸에게 꼭 해줘야 할 것을 다 마쳤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이제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겠지, 이제는 손을 떠났어, 정말 ‘해피엔딩’이야,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또다른 시작, 그것도 훨씬 더 크고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줄을 서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인생공부는 그 때부터인가 싶었습니다. 해피엔딩은 언감생심, 천부당만부당이었죠.

그렇다면 대학 졸업이 엔딩인 것일까요. graduation 보다 졸업식은 commencement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었더라구요. 졸업은 끝이 아니라 그저 잠시의 쉼표같은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는 또다른 시작이기에 commencement 인가 봅니다(혹시 저같은 사람이 아주 옛날 이 단어를 졸업식에 갖다 붙인 건 아닐지 생각도 했습니다만).

졸업은 인생에서 내가 지어야 하는 여러 매듭이 있다면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졸업이란 고등학생으로서 ‘해피엔딩’을 한 뒤 대학생으로, 초보 사회인로 넘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미리 응원받는 순간일 수도 있죠. 시작하는 모든 분들에게 ‘해피엔딩’의 시간은 충분히 즐기시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스타트라인에 다시 섰을 때 다음의 ‘해피엔딩’을 위해 잘 달려나가시길 바랍니다. 크게 응원합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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