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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스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무엇을 먹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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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대한 답을 들으러 온 사람에게 부처님이 처음 한 말은 이것이었다고 한다. “ 너는 무엇을 먹고 있느냐.”

선재스님 역시 사찰음식이 궁금해 모인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먼저 던졌다. 총영사관 초청으로 <한국의 맛, 사찰음식>을 직접 선보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선재스님. 비행기에서 내려 불과 사흘만에 모든 것을 다 준비했다는 데도 67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맑고 빛나는 얼굴과 단정함이 돋보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모든 일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때 무엇보다 확신을 가지게 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선재스님 역시 ‘음식은 약이다’ 라는 부처님 말씀을 스스로 체험했기 때문에 사찰음식을 통해 ‘나같은 환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십 분이면 충분히 다녔던 거리를 세 번이나 쉬어가며 가야했을 정도로 쇠약했던 그 때는 살 날이 일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던 상황이었다. 스님은 약도 듣지 않았던 자신의 몸을 음식으로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발효음식인 김치와 사찰음식으로 몸을 달래고 일으키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의사가 믿지 못할 정도의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했다.



누구나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선재스님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권한다. “나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그리고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떤 재료가 가장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인지, 어떻게 조리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인지, 먹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수행과 같다는 것이다.

첫번 째 수행은 재료를 준비하는 데 있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 절대로 꽃을 해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자연에서 먹거리를 취할 때 가져야 하는 태도라고 한다. “본래 병아리들은 꽃을 보며 하늘을 보고 소풍을 하듯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욕심으로 좁디 좁은 양계장에서 성장촉진제나 항생제를 맞으며 고통스럽게 살다 죽죠. 이런 닭을 먹으며 건강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땅이 오염되면 식물도 오염되고 결국 내가 오염되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가 건강한 행복의 근원인 것이죠.”

두번 째 수행은 조리방법이다. 음식에서 욕심을 내려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 “불교는 뺄셈의 종교입니다. 많이 넣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뺐다고 자랑합니다. 건강하게 자란 재료와 장독대 양념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십년 이상 된 식초와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친 음식은 바로 약이 됩니다.” 특히 이 날 통역을 맡은 덕우스님은 음식을 준비하면서 선재스님이 했던 말을 전했다. 불과 삼일 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행사, 음식준비로 모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호박을 채써는 선재스님을 보고 괜찮으시냐 물었더니, ‘지금 이 순간에는 호박과 나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 수행과 다름없다’ 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죠. 하지만 이 음식을 먹을 여러분이 모두 부처님이다 생각하고 기도하며 만들어요. 자연과 사람을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게 음식을 만드는 일인 거니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세번 째 수행은 먹는 데 있다. 스님은 네 개의 발우를 직접 보여주며 먹으면서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면서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설거지까지 마치는 이 발우공양이 알고보면 지금 가장 필요한 친환경적인 식사법이란 생각에 울림이 컸다.




한국의 맛이라 하면 보통 마늘과 고춧가루로 대표되는 강하고 매운 맛의 음식을 떠올리지만, 이 사찰음식이 한국의 맛일 수 있는 건 땅의 기운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각 계절의 햇살과 바람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재료가 쓰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 무엇보다 장독대에서 품어 나오는 발효의 미학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음식이기에 한국의 맛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땅의 재료, 만든 사람의 손길, 먹는 사람이 인연 안에 치유를 위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선재 스님의 나즉하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 준 ‘발우공양 기도’ 가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듯 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온 우주의 생명이 들어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모든 사람의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정성으로 마련한 이 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바른 마음으로 바른 생활을 하며 인류를 위하여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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