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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독립운동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기 (방학이니까 2_역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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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어떻게 하면 잃지 않게 할 것인가 라는 답이 가장 많다. 한국인으로서 단단한 심지를 가지고 미국에서 당당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부모들에게는 늘 미뤄놓은 숙제와도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베이지역은 미국 내 어떤 곳보다도 일제 강점기때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던 곳이어서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줄만한 곳이 참 많다. 책으로만 봤던 역사적 사실이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났던 것임을 알면 아이들은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이 동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백년도 더 넘은 오랜 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기를 추천한다.

일단 제일 먼저 가 볼 곳은 샌프란시스코 페리빌딩 앞이다. 이곳에서는 나라를 모멸하고 진실에 눈감았던 친일 미국인 스티븐스를 향해 의거를 감행한 장인환, 전명운 두 청년을 만날 수 있다.

1. 장인환, 전명운 의거지(샌프란시스코 페리빌딩 앞, Ferry Building, Embarcadeo St,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랜드마크 중 하나로 배들이 드나들고 멋진 음식점과 상점들이 베이브릿지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페리빌딩. 114년 전인 1908년 3월 23일, 두 명의 청년 장인환, 전명운 의사가 친일파 외교고문을 암살하는 의거를 이곳에서 감행한다. 1908년이면 경술국치(1910년, 일제강점기의 시작)가 있기 2년 전. 이미 통감부가 설치되고, 외교권이 박탈되었으며 군대도 해산되어 남대문전투가 벌어진 때다. 일본은 대한제국을 강제로 점령한 것이 문제가 없다며 외교 고문인 스티븐스(Stevens)를 앞세워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줄 것을 원했다. 스티븐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마자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대한제국을 지배하는 것은 매우 합당하다는 망발을 일삼는다. 심지어 ‘대한제국의 황제는 무지하며, 백성 모두가 일본을 환영하고 있다, 일본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대한제국은 러시아에게 점령당할 것’ 이라는 망언을 일삼았고 이에 분노한 한인들은  대표단을 꾸려 발언을 취소하라고 공식 요청을 했지만 묵살 당한다. 다음 날 장인환, 전명운 두 의사의 총알에 스티븐스는 사망하게 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사를 보면 이 의거에 대해 미국의 분위기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과 관련있는 인물들의 사진 뿐 아니라 저격장면을 묘사한 삽화까지 그려 자세히 보도했고, 기사의 논조 역시 의거를 정당하고 애국적인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

전명운 의사에 대해서는 애국적인 행동이었으며 증거불충분이라 판단한 미국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였고, 장인환 의사는 ‘애국적 환상에 의한 2급 살인죄’ 로 25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재미 한인 동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0년만에 풀려났다.
우리가 잘 아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보다 일 년 앞서 일어난 이 의거는 여러가지로 큰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 의거는 최초의 의열투쟁으로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로 이어지는 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두 의사의 구명운동을 하던 한인사회가 결속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러 개로 흩어져 있던 한인단체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각 도시의 단체를 통합했고 1910년 ‘대한인 국민회’를 만들어 미주 한인사회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2.공립협회 회관 터(938 Pacific Ave, San Francisco)


공립협회는 19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직된 항일운동 단체다. 안창호가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장인환,전명운 두 의사의 의거를 계기로 재미 한국인 단체 통합운동을 전개해 1910년 ‘대한인 국민회’를 만들어 재미 한인 항일애국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공립신보>를 발행해 구국언론으로서의 역할도 해냈으며, 특히 장인환, 전명운 의거 때에는 올바른 소식을 전하는데 힘써 미국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항일운동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여론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3.대한인 국민회 총회관 터( 2928 Sacramento St.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의 공립협회와 하와이의 합성협회가 통합해서 만들어진 재미 한국인 독립운동 단체다. 안창호, 박용만, 이승만 등이 이끌었고, <신한민보>를 발간해 국내외에 배포함으로써 항일의식을 고취하였고, 광복때 까지 해외 한민족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4.상항 한인 연합 감리교회 (3030 Judah St. San Francisco)


1903년에 안창호, 이대위, 박선겸 들에 의해 만들어진 교회로, 시작 때부터 이 교회 건물은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애국지사를 훈련시키는 장소로 쓰였다. 장인환 의사 역시 이 교회의 교인이었으며, 이대위 목사는 ‘대한인 국민회’ 창립 멤버였고 <신한민보>를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해 한글 식자기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는 1930년 이곳 상항교회를 방문하던 중 교포들이 ‘올드 랭 사인’ 멜로디에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새로운 애국가를 작곡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야말로 애국가의 태동지인 셈.
이곳에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역사적인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이 교회의 교인인 유고명 관장은 상항 한인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개인적으로 여러 역사적인 자료를 모으고 물품을 정리했다는 것. 도산 안창호의 당시 미국 비자부터 스티븐스 암살에 관련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 기사, ‘대한인 국민회’ 멤버들의 사진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발간된 안익태의 애국가 악보까지 정성스럽게 정리하고 보관한 것들이 가득하다.


유고명 관장은 “한인 2세, 3세들이 이 소중한 역사를 잊어버릴까 두려워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면서, 5명에서 15명 정도의 단체가 견학하겠다고 미리 연락을 하면 직접 독립역사박물관 견학을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5.샌프란시스코 사이프러스 공동묘지(1370 El Camino Real, Colma)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그 이름을 딴 샌프란시스코 사이프러스 공동묘지는 독립 유공자들의 묘지를 비롯해 많은 한인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스티븐슨을 암살한 장인환 의사를 비롯해 상항 한인연합 감리교회의 목사이자 항일 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이대위, 흥사단과 국민회에서 활동한 양주은 등이 이곳에 묻혔으며, 장인환과 이대위의 묘는 한국 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


배우 송혜교와 서경덕 교수는 지난 3월 1일, 삼일절을 맞아 <해외에서 만난 우리 역사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편>이란 안내서를 1만부를 제작해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에 기증했다. 이 안내서를 참고로 아이들과 함께 다닐 수 있는 코스를 직접 다녀보았다. 하루에 차로 각각의 장소를 방문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2번과 3번 회관이 있었던 장소는 주차가 어려워 주변을 지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나을듯 했다. 출발 전에 아이들과 장인환 전명운 의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페리빌딩에 가서 직접 그 때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고, 아예 처음 시작을 4번 샌프란시스코 한인연합 감리교회에 가서 직접 유고명 관장의 안내를 받으면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페리빌딩에 가서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그 장소를 보고, 5번 사이프러스 공동묘지를 들러 보는 것도 추천방법. <해외에서 만난 우리역사 이야기>에서는 장인환 의사 순국지도 나와 있지만, 그곳은 정확한 주소지를 찾기 어려워 이번 기사에서는 싣지 않았다.
독립역사 박물관(샌프란시스코 한인연합 감리교회 내) 견학 안내 : 5명 이상 단체. 유고명 관장에게 직접 문의(415-845-7177, kmlieu@yahoo.com)

글,사진/ 한혜정
지도일러스트/ 주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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