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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디아스포라를 보다, 영화 <초선(Ch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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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조선 그리고 Chosen.

영화 <초선(Chosen)>은 같은 단어로 각각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다섯 사람들의 이야기다. 캘리포니아 39지구에서 연방하원으로 당선된 영 김(Young Kim)과 캘리포니아 48지구에서 당선된 미셸 스틸(Michelle Steel)은 처음 당선됐다는 뜻의 ‘초선’. 앤디 김(Andy Kim)은 뉴저지 3지구에서 150년 만에 처음으로 재선이란 선택을 받았으며, 데이비드 킴(David Kim)은 낙선했지만 47퍼센트의 유권자에게 선택을 받은 ‘Chosen’ 이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노예와 조선왕조의 후손으로서 끈기와 집념을 물려받았다 말하는 메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tland)는 ‘조선’이란 단어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19세기에 미국 신문에서는 조선을 Kingdom of Chosen 이라 표기했다)

전후석 감독의 영화 <초선>이 미국 전역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오클랜드에서 만난 전후석 감독은 미국에서 직접 코리안 아메리칸들을 만나 영화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작년 11월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었던 대통령 선거날, 역사상 처음으로 무려 다섯 명의 미주 한인들이 연방하원 선거에 도전해 네 명이 성공하는 결과가 있었다. 이 영화는 선거가 치뤄지기 세 달 전부터 이들을 따라 다니며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각자 가지고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재미 한인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구체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표현해냈다.

단순한 선거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찌보면 직업이 모두 정치인인 것 뿐, 결국 코리안 아메리칸의 이야기이다. 왜 정치를 하고 싶어하며, 그들이 꿈꾸는 한반도와 미국의 관계는 어떤 것이며, 스스로 정의하는 재미 한인 정치인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1992년 4월 29일에 있었던 LA 폭동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한 노인의 모습이다. 그는 사이구(429, LA폭동을 이르는 말)사태 때 한인과 흑인의 갈등을 부추기는 주류 언론에 맞섰던 이경원 기자다. 사이구는 우리가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 말하며, 이민 2세대들이 부모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피를 토하듯 이야기를 한다. 또  이 영화를 만든 전후석 감독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던 그 순간을 터닝포인트라고 할만큼 영향을 준 사람. 화면 역시 감독이 직접 찍은 것을 사용한 것으로, 영화 <초선>을 만들게 한 첫 단추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모여 살고 있는데도 우리 자신을 대변할 목소리가, 대변해줄 누군가가 없음을 깨닫게 해 준 사이구 사태 이후 재미 한인들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어야 함을 절실히 실감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바로 이 정체성찾기. <초선>은 하원 선거를 치루는 다섯 명의 후보가 각각 다른 디아스포라를 보여주고 있다.



전후석 감독은 스스로를 ‘디아스포라 나레이터’ 라 말한다. 첫 영화 <헤로니모> 역시 쿠바 한인사회의 리더였던 헤로니모 임의 일대기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으며, 그 자신 역시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이중 또는 다중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을 해왔다고 말한다. 한국을 벗어나 이민자, 소수자, 이방인으로서 늘 편견과 싸울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 이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또 한국이든 미국이든 우리의 선조는 모두 난민이자 이민자로 디아스포라의 정신은 우리 유전자 안에 이미 다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거의 주인공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킴의 디아스포라는 실로 눈물겹다. 당선은 불가능이라는 말을 듣고도 캠페인을 계속하고 심지어 로컬 한인 언론에게도 외면받았던 선거 캠페인은 감동적이지만 한 개인으로서 디아스포라에 더 시선이 머물게 된다. 독실한 신앙인과 그에 반한 성 정체성으로 마치 거대한 실험실에서 헤매이는 실험체 같았다는 대학생활의 회고,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보상받으려는 듯 코리아타운에서 존재감 없는 후보로 나와 받아들여지려 애쓰는 그의 모습에서 누구나 바라는 디아스포라란 포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선택받아 초선(의원)이 되는 조선(한반도)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인 영화 <초선(Chosen)>처럼 우리는 다른 뜻을 가진 같은 소리이기도 하고 여러 의미를 가진 한 단어이기도 한 것이다.

크레딧이 올라가며 가수 웅산의 절절한 목소리로 흐르는 ‘디아스포라’는 전후석 감독이 작사를 한 노래. 가사 중의 한 부분이 오래도록 남는다. Yes I'm diaspora. Yes we are diaspora.

글,사진 / 한혜정

영화사진/ 전후석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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