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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ied Arts Guild - 아름다운 고요속에 나를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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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씩은 고요한 곳에 뚝 떨어져 쉬는 상상을 하곤 한다. 아무도 없거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해서 심심할 정도의 고요함이 있는 곳 말이다. 보통은 지쳤다는 느낌이 들 때 드는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잠시동안의 휴식은 상당히 많이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번잡함을 벗어나 예술적인 감성으로 나를 채우고 싶을 때, 멘로 파크에 있는 Allied Arts Guild, 연합 예술인 조합에 가보길 권한다.

멘로 파크의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선다 싶어서 길을 놓쳤나 하다보면 슬그머니 나타난다. 마치 비밀의 정원마냥 깊숙이 들어앉은 모양새다. 한마디로 ‘조용한’ 곳. 오랜 시간을 여실히 보여주는 울창한 나무가 한 편에 있고, 그에 비해 잘 가꾸어진 아기자기한 정원도 있다. 예술가들의 독특한 감성을 품고있는 상점에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간다.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서 각자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아트클래스의 사람들에게선 마음편한 미소가 흘러 나온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

여기 저기 무심한듯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이 지나쳐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되지만, 이곳의 스토리를 알고 가면 바닥의 돌들이, 나무가 오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더 좋을 것이다.



1929년 캘리포니아에 예술인들의 조합을 꿈꾸던 부부가 있었다. 부유한 미술 애호가였던 딜라이트(Delight)와 가필드 머너(Garfield Merner) 부부는 멘로 파크에 땅을 사서 예술가들이 평온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일하면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의 물품을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특히 이 부부의 영감은 스페인 여행 중에 받아온 것이 많다. 점토로 만들어진 하얀 벽, 붉은 기와지붕, 색칠된 커다란 항아리 등 유러피안 감성이 가득하다. 길게 뻗어있는 장미정원, Rose Allee는 알함브라 궁전의 장미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며 곳곳의 이름도 스페인식으로 지어져 있다.

아주 넓지는 않은 곳이니 쉬엄쉬엄 둘러보면 대부분 다 볼 수는 있지만, 특별히 놓치지 말아야할 몇 군데 장소가 있다. 장미정원과 연결된 길로 가다보면 커다란 나무 아래 헛간같은 건물이 나온다. 1885년 목공소로 개조된 The Barn은 아직도 수제가구들을 만들고 있으며, 이곳의 아름다운 여러 목공품들이 여기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 그 옆의 여러 상점들에선 아티스트들의 개성을 품은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고, The Swire Works 에선 여러 화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클래스들이 열리고 있으니 한번 참가해보는 것도 좋을듯. 다시 장미정원을 따라 반대편으로 오면 하얀 점토와 붉은 기와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보인다. The Archway Building 으로 1800년대에 나무로 만들어진 농장이었던 것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 옆에 분수가 있는 붉은 벽돌길을 따라 정원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에 이곳의 도예가들이 직접 만든 커다란 항아리들이 무심한듯 놓여있어 풍요로운 느낌이다.

가던 길을 따라 하얀 아치를 통과하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와 The Albro Room이 있다. 특히 The Albro Room에서의 프레스코화를 놓치지 말것. 작은 공간에 디에고 리베라의 제자, 맥신 알브로가 벽면에 그린 도예가 그림이 강렬하다. 또 바닥의 도자기 파편은 그간의 세월을 품고 있는듯 해서 겹겹이 쌓인 시간들이 보이는듯 했다.

혼자서 이곳의 적막한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이긴 하나, 친구 몇 명과 함께 위스테리아 카페에서의 브런치도 꼭 즐겨보기를 권한다. 파란 수국이 짙푸른 녹음과 분수랑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위스테리아 카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하므로 식사를 하고 정원과 여러 상점을 구경하는 것도 근사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마음이 더 채워지는 것은 Allied Arts Guild가 스탠포드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과 연결되어 있는 점이었다. 까페 옆에 위치한 The Artisan Shop 은 이곳 연합예술인조합 지원단체(The Allied Arts Guild Auxiliary, AAGA) 소속인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곳으로 수익 전부가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의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다. 오랜 투병으로 힘든 아이들과 장애 아동들을 위해 조금의 손길을 보태면 마음 뿌듯한 순간이 될 것이다. 



다 둘러보고 나오는데 같은 시간을 보냈을 사람이 말을 건넸다. “정말 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않나요?”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곳이 천국이라면 맞는 말이다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글, 사진/ 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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