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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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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입니다. 어느날 창문 너머로 한 사람이 쇼핑카트를 밀고 저희 집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 사람은 두리번거리다가 카트를 길가에 놓더니 아마도 자신의 집 방향일 반대쪽으로 휙 돌아 갑니다. 그 카트는 며칠동안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어떤 트럭이 와서 그 카트를 가져갔습니다. 그러더니 그 다음 주에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카트를 저희집 길가에 버리고 간 사람은 그것을 수거하는 트럭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했습니다. 얼마 안되어 똑같은 사람이 마찬가지로 카트를 밀고 와서 놔두면 또 가져가는 일이 반복됐구요.

무한 루프처럼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은 주위를 돌아보면 참 많습니다. 분명히 강아지 배변봉투를 버리는 곳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몇개가 버려져 있다는 것 때문에 본인의 불량한 양심을 함께 그곳에 버립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봉투들을  누군가가 치우면 다른 또 누군가가 버리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길거리에 그냥 버려진 강아지 변들을 맘먹고 치워볼까 했다가,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그냥 버려도 누군가가 치우니까 괜찮다 하면서 더 지저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무한반복적인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점이 없어진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시작점은 바로 ‘나’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거 하나뿐인데 뭘, 이정도 쯤이야 하는 익명성과 군중심리가 더해져 반복적인 고리를 만들어 버립니다.

플로깅(plogging)이란 새로운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어로 이삭줍기를 뜻하는 ‘plocka upp’와 영어 ‘jogging’ 이 합해진 단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라네요. 아마 이 운동을 고안해 낸 사람은 이 고리를 끊어내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점에서 솔깃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줍다’와 ‘조깅’을 결합해 ‘줍깅’이라고 부른답니다. 플로깅보다 왠지 줍깅이란 말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 동네를 산책하며 누군가에게서 시작되었을 것들의 고리를 끊어보는 일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플로깅이든 줍깅이든 무엇이든지 다 좋습니다. 얼마간은 다시 반복되더라도 분명히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며,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뿌듯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5월을 활기차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겁니다.

글/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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