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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모두 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수의사 박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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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때문에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던 한 소녀는 그야말로 ‘강아지 빼고 다’ 키워보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는 유정란을 부화기에 넣고 삐약거리는 병아리를 얻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병아리의 다리를 실수로 밟게 된 그 소녀는 다리가 퉁퉁 부은 병아리를 소중히 안고 지하철을 타고 물어물어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다행히 주사 한 대를 맞고 나아진 병아리를 보면서 ‘삐약거리는 이 소리가 아프다는 얘기였을 텐데, 말로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느꼈다. 이 소녀가 젠틀 케어 동물병원(Gentle Care Veterinary Hospital) 에서 수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박서혜 씨다.

한국에서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녀가 미국에서 수의사가 된 것은 미리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수의과대학에 입학할 무렵, 부모님이 베이 지역으로 몇 년간 오게 되었고 방학 동안 부모님을 보러 와서 자연스레 동네 동물병원에서 쉐도잉도 하고 일도 했다는 것. 그러면서 미국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일 년간 로테이션 수업을 하고 어렵다고 소문 난 실기시험을 패스해서 미국 수의사 자격증을 땄다. 그 후 플로리다에서 2년 간 일을 하고 북가주에 자리를 잡은 것이 4년째다.

수의사라면 어렸을 적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러면 그토록 좋아했던 동물과 내내 함께 하는 일이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호자를 더 많이 상대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참 힘들 것도 같다. “아픈 건 동물들인데, 소통은 보호자들과 해야하니까요. 애착관계가 너무 심할 경우 수의사의 말에 과잉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마음일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럴 경우 제가 해야할 일은 보호자분들을 보듬어드리는 거예요.” 사실 자식처럼 여겼던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보호자들 역시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수의사들을 의지하지만, 그것이 치료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문제. 보험에 가입된 동물들은 기껏해야 20퍼센트 정도라고. 보호자들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울질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맞고, 아픈 아이들의 눈빛과 보호자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박서혜 씨 역시 항상 냉정하지만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수의사라는 직업에 무게감과 뿌듯함이 늘 함께 하기도 한다. 새끼를 낳다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어미견이 병원에 왔고 비록 한 아이는 인공호흡으로도 살릴 수 없었지만 나머지 아이들을 응급수술로 다 구할 수 있었던 순간, 그리고 그 아이들이 똑같이 생긴 모습으로 병원에 와서 예방주사를 맞고 뒤뚱거리며 걸어다닐 때, 어쩔 수 없이 눈을 적출해야만 했던 강아지가 수술 직후부터 언제 아파했냐는듯 환한 표정을 지을 때 수의사들은 자신이 생명과 깊이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박서혜 씨는 수의사들이 감정적으로 원하지 않는 어려움을 알게 모르게 겪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대상과 함께 하는 일이지만, 죽음을 옆에서 겪어야 하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게 돼요. 안락사의 문제도 참 어려운 결정인데, 보호자가 원하는 일이어도 사실 수의사들은 죄책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스트레스의 강도가 꽤 높은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녀 역시 이러한 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풀어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단단히 한 몫을 하는 것은 그녀의 반려견, 루이스. 강아지 구조단체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던 중 만나게 되었고, 8살인 지금은 아주 모범견이지만 이 아이 역시 처음에는 엄청난 트러블 메이커였다고 한다. 혼자 있을 때 엄청나게 말썽을 피워 퇴근하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그러다 이 아이를 변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것은 박서혜 씨의 멘토가 해준 ‘Happy owner, happy dog” 이란 말이었다고. 퇴근하면서 루이스를 만날 때 행복할 수 있도록 크레이트를 이용한 행동 교정을 시도했고 이제는 그녀 곁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친구다. 이 말은 그녀가 진료 중에 보호자들에게 잘 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Happy owner, happy dog, happy memories’ 라는 말로써 보호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한다고.

보통 우리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동물에 한정시켜 생각하지만, 어쩌면 수의사는 동물과 사람,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가늠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동물의 아픔을 치료하며 보호자들의 마음까지 살피고 그래서 둘 사이의 모든 기억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기에. 그래서 수의사 박서혜 씨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다.

글/ 한혜정
사진/ 박서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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