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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 아버지의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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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핸드폰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에는 늘 핸드폰이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이시기도 했고, 십 오년 이상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생하셨던 터라, 핸드폰으로 하시는 일이라고는 통화하는 일밖에 없었죠.

가끔씩 울리는 전화 소리에 들여다보면 아버지 이름. 별 용건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그저 뭐하냐, 뭐할 거냐, 손녀 안부. 그러다보면 이어지는 적막이 힘들어 서둘러 끊자고 하기 일쑤였습니다. 핸드폰 참 좋아하셔, 하면서 저희끼리 웃기도 했었죠.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핸드폰을 가지지 못한 채 아버지는 갑작스레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고장이 났다면서 저희한테 수리를 맡기고 채 이틀도 안돼서였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거니, 유골함 옆에 놓아드리자 이야기를 하며 저희 형제들은 아버지가 남기신 핸드폰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이 메어버렸습니다. 아버지의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는 단 네 개. 어머니와 저희 삼남매의 전화번호 뿐, 그리고 모든 통화목록도 역시 네 개의 번호가 도돌이표를 찍듯 그렇게 줄 서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편찮으시면서 모든 사회생활이 축소된 데다가 저장된 번호를 새 핸드폰으로 옮기는데 서투르셨을 아버지인데, 저희는 그걸 알아채지 못했던 겁니다.

사실 내성적인 성격이셨는데도 모임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던 분이었습니다. 하루를 잘게 쪼개어 쓰시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한꺼번에 본인 앞에 놓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황망하셨을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가졌던 많은 관계들이 끊어지는 동안 저희가 다시 그것을 잇거나 아니면 보충할 방법이 있었을텐데, 긴 병에 효자 없다란 말로 변명아닌 변명만 늘어 놓고 있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가끔은 부모님의 연락이 버거워서 잠시 숨어 버리고 싶은 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목소리를 들려 드리는 것, 한나절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조금은 색다른 장소에서 추억을 쌓는 일, 이런 것들이 얼마나 그분들에게 기쁨이 되는지 또 훗날 마음을 꽉 차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을지를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버거움’을 살짝 벗어던지고 ‘반가움’으로 서로를 도닥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곧 파더스데이입니다. 마더스데이보다 조금 희석된 분위기로 아버지들이 서운해하시지 않도록 목소리로, 만남으로 기쁨을 전달해주세요. 이 세상의 아버지들 모두 가장 행복한 파더스데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희 아버지도 아마 하늘에서 핸드폰을 누르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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