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권혁인목사 칼럼 - 시편 묵상(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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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대하는 시인의 심정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습니다. 거울을 보듯 하나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윤동주의 시 중에 자화상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핍박 받는 민족의 아픔을 눈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자신이, 청년 윤동주는 그렇게도 부끄러웠는가 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기를 절규하듯 고백할 정도로 말이에요.

일제 식민지처럼 강압적으로 눌림 받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가요? 하나님의 거울 앞에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보이고 있는 걸까요? 부끄럼이란 걸 알기는 하는 걸까요? 그런데 시인은 거울처럼 하나님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 주는 것으로 제 역할을 멈추는 분이 아니라고 가르쳐 줍니다. 우리 삶에 개입하셔서 꾸지람도 하시고, 함께 기뻐 즐거워 해주시기도 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해 질 수 있는 까닭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거울에 비추어 보듯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자각하는 순간, 주님의 자비와 능력을 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뼈저린 성찰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자기 삶 가운데 실현하려는 진정한 변화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하나님의 말씀을 거울처럼 들여다 볼 때마다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가?


권혁인 목사 (산타클라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408-295-4161
https://www.santaclarakum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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