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뱀파이어일 것인가, 키퍼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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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일 것인가, 키퍼일 것인가

신년모임이 있었습니다. 다들 새해 덕담을 건네며 하나씩 결심들을 꺼내놓는데, 한 친구의 말이 참으로 신박했습니다.
“에너지 뱀파이어를 피하고 나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하는데, 바로 알아듣지 못해서 “‘뱀을 판다고?”’하는 친구부터 ‘쟤 뭐래는 거니’ 하는 친구들까지 표정이 다들 황당 그 자체였죠.

신조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흡혈귀처럼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가로채가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 에너지 뱀파이어랍니다.
듣고보니 말이 된다 싶었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누구를 만나고 난 후나 통화를 끝내고 나면 유난스레 피곤함을 느끼게 됐던 많은 경우가 생각나면서, 그동안 그들은 에너지 뱀파이어였던 것인가 싶더라구요.

하지만 곧 ‘내가 또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였던 적은 없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에너지를 뺏어서 흡수한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공중 분해되는 것이겠죠.
어떤 경우에 나는 대화에 지쳐갔을까 생각해보면 뱀파이어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로 대화의 주제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나르시스트 스타일, 아니면 ‘남’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그것도 주로 험담으로) 뒷담화 타입, 세상의 모든 비련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피해자 스타일, 대답할 겨를은 주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만 과장해 말하는 독재자 유형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 가 돼야 할텐데 겁이 나기도 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이건 에너지 뱀파이어가 되는 건 아닐까’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오지랖을 부리는 것도 상대방을 피곤하게 한다면 그것도 피해야겠다 싶었구요.

하지만 에너지를 빼앗기기 싫다는 마음보다는 ‘관계’에서 모든 감정을 교류하고 느끼기때문에 좋은 사람으로서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려고 이런 신조어도 나오고 또 공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계 안에서 ‘나’를 규정하고 에너지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에너지 뱀파이어보다는 에너지 키퍼로 또는 에너자이저로, 나를 둘러싼 모든 인연의 고리에 밝은 기운을 주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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