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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복을 나눠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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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나눠주는 사람

올해엔 설날이 꽤 일찍 찾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란 인사를 1월에 두 번이나 하게 됐습니다.
같은 인사를 연거푸 하게 되니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 양력 1월 1일엔 ‘Happy New Year’ 를 쓰고, 음력 설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를 써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에게는 ‘복’에 관한 인사말이 친근하게 더 잘 어울리는듯 합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설날에 세뱃돈을 주실 때 허릿춤에 차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시면서 ‘복주머니에서 복도 같이 간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진짜 그 주머니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영험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할머니는 설날 때 복조리를 엄마에게 주시면서 현관에 걸어놓으라 하시기도 했죠. 두 손바닥을 모아 복을 빌던 할머니 모습도 기억납니다. 다리를 떨면 할머니는 ‘복 달아난다’며 꾸중을 하시곤 했고, 동생이 태어나자 ‘복덩이’라며 좋아하시길래 질투로 눈을 흘기기도 했죠.  ‘복’으로 만들 수 있는 명사나 동사가 이렇게 많은 민족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복’ 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노상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복을 ‘받으라’ 하는지 어느 순간 의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로도 잘 번역이 되지 않는 이 단어는 행운(luck)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요행적인 것 같고, 축복(blessing)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종교적으로 느껴지는 아주 딱 맞는 단어를 찾기 참 힘듭니다. 결국 ‘아주 좋은 일, 행운과 행복이 함께 있는 일’ 이라 해석하는 게 그 의미에 가장 맞을 듯합니다.

누군가가 ‘복’을 많이 가지고 있다가 ‘복 받으세요’ 라고 하며 나눠주면 참 좋을텐데요. 현실은 ‘복’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복이 있기를 ‘빌어줄 뿐’ 인겁니다.
그런데도 복이 있길 빌어주는 이 말은 오고가면서 따뜻한 정을 만듭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세상으로 퍼지면 행복도 함께 생겨나는 거겠죠. 그러면서 세상은 더 살만한 곳이 되는 거겠구요.

2023년 계묘년의 새 날이 시작됩니다. 새해에 ‘복’을 많이 만드시고, 또 많이 나눠주시며, 그 ‘복’으로 한 해동안 지치지않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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