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말은 힘이 있대, 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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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힘이 있대, 연진아

단연 화제를 몰고 있는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복수의 칼을 갈고 난 십여년 후의 일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죠. 주인공은 가해자의 가장 중심에 있는 ‘연진’을 향해 늘 혼잣말을 합니다. “난 오늘 너를 봤어, 연진아.” “멋있다, 연진아.”
 
맨 처음에 부를 것 같은 이름을 늘 뒤에 넣어서 강조를 하는 이 말투는 은근 중독적이어서 요즘 여러 곳에서 패러디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참 다른 의미를 풍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늘상 쓰던 말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의미나 부정적인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죠. 예를 들어  ‘유모차’ 의 경우, 어미 모 한자가 들어있어 엄마한테만 역할을 한정시키는 이름이라 요즘은 ‘유아차’ 즉 아이가 타는 차라고 부르기 시작했구요.
자살을 흔히 완곡하게 표현해서 ‘극단적 선택’ 이라 하지만, 이 단어는 오히려 자살을 선택의 일부처럼 느끼게 하고 그렇지 않아도 상처를 받은 유가족에게 죄책감을 가중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또 ‘낙태’ 라는 단어는 ‘태아를 떨어뜨린다’라는 뜻이 여자들에게만 부정적인 책임을 주게 되어 ‘임신중단’ 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죠.
‘치매’ 라는 단어는 ‘어리석다’ 라는 뜻의 한자어라 편견을 유발하고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일본에서 사용한 한자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는데 오히려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인지증’으로 변경했다고 해요. 그러니 이 단어도 새로운 이름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말이라는 것이 우리의 무의식에서 엄청나게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 ‘말하기’ 입니다. 하지만 긍적적인 말을 반복할 때 일어나는 일을 생각해보면 ‘말의 힘’은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패배 직전의 선수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주문처럼 말하곤 역전승했던 순간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니까요.

말의 힘은 그렇기에 강력합니다. 강력한 힘을 어느 방향으로 꽂을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죠. 말이 가진 힘으로 에너지 가득한 하루하루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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