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유지윤의 On the Radio_ Lauv & Troye Sivan- I'm So 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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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화요일 아침, 아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S got a yellow jacket sting in the classroom.”

Yellow jacket? 사전을 찾아보니 말벌이란다. 말벌은 wasp아니었나? 나무위키에 따르면, “wasp는 땅벌만이 아니라 꿀벌이나 호박벌처럼 꿀을 모으는 벌(Bee)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벌 종류를 싸그리 이르는 단어이다. 땅벌만 가리키는 영단어는 Yellow jacket. 이 단어도 북미에서만 쓰이고 다른 영어권 국가에선 그냥 wasp로 묶어 부른다.”

전화를 바꾼 아이에게 집에 오겠냐고 물어보았다. 얼음 찜질 덕에 많이 괜찮아졌다며 아이는 그날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학교를 갔다가 축구 연습까지 다 마쳤다. 무릎 옆이 무릎 만큼이나 크게 부은 자국을 보고 안쓰러웠지만, 거듭 괜찮다고 하니 안심했다. 강진의 땡벌을 들려주며 엄마가 라디오 PD 시절 자주 봤던 가수고, 이 노래 제목이 땡벌인데 그게 바로 Yellow jacket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땡벌!” 며칠 후, 얼마나 진심으로 이 노래를 부르게 될지 모른 채,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다음 날 밤부터 아이가 아프다고 울기 시작했다. 계속 연고를 발라줬는데도 점점 더 벌겋게 부어오르는 상처 부위가 심상치 않길래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Nurse Practitioner랑 통화 후 금요일에 Minor Clinic에 예약이 잡혔다. 의사 진료를 받고 일주일치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하루 세 번 복용이라니,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지? 학교 정책이 어떻게 되려나? 담임 선생님께 리마인드를 부탁해도 될까? 병원 약국에서 순번을 기다리면서 담임 선생님과 학교 행정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놓았다. 자, 이러면 되겠지.

그럴 리가. 미국 생활 10년, 학교를 보낸 지도 3년차인데 또 안일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이메일이 여러 차례 오고 간 후에야 아이가 혼자 약을 가져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처방된 약과 복용법을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 승인 받아야지만 학교에서 먹일 수 있단다. 아니면 부모가 직접 가서 아이를 오피스에 불러서 약을 먹여야 했다. 학교에서 서류를 받아 병원에 증빙해 달라고 보낸 것이 월요일 오후, 병원에서 자기네 양식에 맞게 다시 보내온 것이 수요일 오후였다. 목요일 오전에야 학군 간호사의 승인이 떨어져서 학교 직원이 항생제를 줄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내가 학교에 약 먹이는 시간 맞춰서 가서 항생제를 먹이고 돌아왔다. 그나마 그 주 내내 집에서 일했으니 망정이지. 휴.



학교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돌아올 때마다 들었던 노래는 Lauv와 Troye Sivan의 i’m so tired다.
 “I’m so tired of love songs, tired of love songs tired of love” 계속 반복되는 “지쳤다(지겹다)”는 가사가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왔는지 모른다. 이 노래 역시 땡벌만큼이나 중독성 있고 따라부르기 쉽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도 지칠 때 한 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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