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드라마는 드라마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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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입니다. 보통 한자리 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시청률이 10퍼센트를 훌쩍 넘어서고, 넷플릭스에서도 미국 인기 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등 예상을 뒤엎은 인기몰이 중입니다.

화제는 단연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이기 때문이죠. 대부분 ‘자폐증’ 이라고 불렀었지만 ‘자폐 스펙트럼’이라 알려지게 된 것 역시 이 드라마의 힘이기도 합니다. ‘스펙트럼’ 이라 불릴 만큼 이 장애가 보이는 증상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우영우 변호사를 보며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게 됐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반응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져 허탈하다’ 가 많습니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을 100퍼센트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들의 느낌은 행여나 드라마를 본 뒤 오히려 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건 아닐지 겁이 난다는 것입니다.

마흔 후반에 독일로 이민을 결정한 후배가 있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이 열여덟 살이 되기 일보직전이었죠. 그때까지는 교육기관에 보낼 수 있었지만 졸업하고 난 뒤엔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는 게 한국의 실정이라는 거였습니다. 장애인들이 평생 학교를 다닐 수 있고 부모가 죽어도 입소할 곳이 있는 나라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던 자폐 아이가 갑자기 사망하고 난 뒤 엄마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솔직히 잘 된일일지도 몰라’ 하는 누군가의 말에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는 이야기를 하며 엉엉 울던 후배였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드라마적 요소’를 일상에 너무 결합시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현실엔 훨씬 많은 자폐아동 가정들이 치료비, 차별적 시선, 나이든 장애인들의 불투명한 미래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이라 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우영우 변호사의 두 친구처럼 말입니다. 베프 동그라미는 영우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고, 친구이자 동료인 최수연은 영우가 음료수 뚜껑을 따지못하는 걸 도와주고 다른 사람들이 놀리거나 속이려고 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주목받아야 할 것은 우영우 변호사가 아니라 동그라미와 최수연이어야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의 동그라미, 현실의 최수연일 때 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들도 그들이 짊어진 무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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