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황미경의 우리말 산책_3. SF한국교육원 성인 한국어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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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F한국교육원 성인 한국어반 이야기



2025년 을사년, 푸른 뱀띠 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새해 다짐 목록 1, 2위를 다투는 것 중 하나가 ‘외국어 공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오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미국의 성인 학생들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SF Korean Center에서 베이 지역 성인들에게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한국어 성인반 학생들 대부분은 낮에 일하는 직장인들이고, 직업은 엔지니어, 공무원, 영어 선생님, 수영 강사 등으로 다양합니다.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 이 학생들은 왜 이토록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걸까요? 수업을 맡은 첫 학기에 저는 궁금한 마음이 들어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제 아내가 한국 사람이에요.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시면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주말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쉬어요. 그게 너무 행복해요. 한국어를 배워서 자막 없이 드라마를 보고 싶어요.”, “결혼기념일에 한국인 아내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써 줄 거예요.”, “은퇴하면 한국에 가서 살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은 정이 있어요. 전 그게 좋아요.”

학생들은 위와 같은 대답들을 쏟아냈고, 저는 이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한국 음식이 맛있어서’,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K-POP이 좋아서’와 같은 피상적인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있는 한국인 가족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한국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어하는 진심이 학생들의 대답 속에서 느껴졌습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한국인 아내를 둔 40대 남학생은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미안해요’, ‘이해해 주세요’와 같이 아내에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 표현이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연습하고, 다음 시간에 아내에게 그 말을 했을 때의 반응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한국어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또 다른 50대 여학생은 동부까지 차로 장기간 횡단 여행을 하는 중에도 수업시간에 맞춰 인터넷 연결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차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이 당연히 여행하는 2, 3주간 결석을 할 것으로 예상을 했지만, 이것은 저의 기우에 불과했지요. 심지어 쓰기 숙제를 내주면 차에서 삐뚤빼뚤한 글씨로라도 기어이 써서 제출하곤 했습니다. 이 학생은 저희반에서 가장 단기간에 한국어 실력이 좋아진 학생으로 기억되는데 이는 학생의 열정적인 태도에 따른 너무도 당연한 결과겠지요.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도구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도구, 사랑과 이해의 도구로 사용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어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국인인 나부터 한국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 Adult Korean Class 등록 정보: https://kecsf.org/KoreanC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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