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그리며 하루하루_일상 1: 밥은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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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그림의 소재는 자연이 가장 많지만 스케치북에 끄적이는 것은 대부분 일상이다. 책상에 있는 컵, 안경, 책, 가위, 내가 놀아주기를 기다리는 강아지도 끄적이고 햇빛을 받은 식탁도 종종 그림에 담는다. 일상의 모든 것이 귀하지만 특히 음식이란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것인지.

이 그림의 주인공 빵이다. 잡곡과 견과류를 듬뿍 넣은 빵을 썰다가 그 구수한 냄새와 빛깔에 매료되어서 그림까지 그리게 되었다.

빵을 써는 행위를 영어로 표현할 때 “Slice bread”라고 할 수도 있지만 “Break bread”라고 하면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말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느낌과 약간 비슷한 것 같다. 빵을 큼직하게 굽거나 밥을 큼직한 솥에 하거나 모두 나눠 먹을 때 제맛이 난다.

김지하 시인의 시 “밥은 하늘입니다”보다 이 의미를 더 잘 표현한 글은 없을 듯하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그림: 일용할 양식(Daily Bread), Oil on canvas, 12x16

By Eu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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