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가을이 오고 있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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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입추나 말복이 되면 왠지 한 해가 다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한국에서 자라다 보니 여름이 지나면 이제 가을, 그리고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란 분위기 탓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가을의 문턱을 넘는다는 입추가 8월 7일, 지난 주였습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8월의 첫째 주는 어김없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때라서, 일기예보에선 늘 ‘입추가 무색한 무더위’ 라고 합니다.
그러니 좀 이상하긴 하죠. 이렇게 무더운데 가을의 시작이라니. 그리고 나면 8월 15일엔 말복이 다가옵니다. 더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말복.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때.

어찌보면 여름과 가을이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8월 첫째 주와 둘쨋 주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듯 합니다. 계절은 그렇게 바뀝니다. 여름은 쨍쨍한 햇빛 속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가을은 높아지는 것 같은 하늘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는 거죠. 아침 저녁 제법 서늘해지는 공기와 함께요.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때가 왠지 모르게 참 좋았습니다. 짧아서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죠.

이곳 베이지역은 보통 두가지 계절이 공존하는 하루가 오래도록 이어지는 곳입니다. 낮에는 늦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아침 저녁엔 가을같은 선선한 바람이 있으니까요. 매일 매일이 비슷한 날씨인 것 같아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반팔 옷을 더 이상 입지 않게 되는 것으로 실감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아쉽기도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뭔가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어떤 것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시나요. 아이들이 개학하면 가을이구나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휴가를 갔다오면 이제 가을이구나 한다는 친구는 늘 ‘휴가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방금 휴가를 다녀 온 사람’ 이라고 말하며, 그래서 가을이 싫다고 하기도 한답니다.

확 변하는 느낌은 없어도, 입추와 말복이 지나는 요즘이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믿으며 무언가 새롭게 단장하는 하루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한결같은 곳에서 갖지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타성에 젖는 것일테니까요. 매너리즘에 빠져있는듯 하다면 꼭 기억하세요. 가을이 코앞입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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