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 옳음과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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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를 보고 정지하는데, 노숙자 한 분이 다가옵니다. 다섯 명의 식구들이 굶고 있다는 푯말을 들고서요. 지갑으로 손이 가면서도 갑자기 마음 속에 복잡해졌습니다. 돈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 돈이 설마 저 분이 더 나빠지는 데 일조하는 건 아니겠지..

조금의 돈을 건네주고 오는 길 내내 마음은 부유물이 가득 한듯 뿌옇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원더 Wonder>라는 책에서 본 한 문장이 떠올랐고 부유물이 가라앉은 것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걸 느꼈죠.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택해라.’ 하는 구절이었습니다.

막상 그 문장을 읽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언제나 옳은 것을 택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걸요. 정의를 위해 사회적 약자의 불이익을 눈감아야 한다면 그것이 정의일까요.
 
홀연히 세상을 등진 여러 배우 중에서 유독 그의 부재가 안타까운 사람이 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입니다. 그는 생전에 모든 영화와 행사를 계약할 때 엑스트라 등의 역할로 열 명정도의 노숙자를 함께 고용하는 조항을 꼭 넣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520명의 노숙자를 도왔다고 하네요.
 ‘친절해라, 네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힘든 싸움을 하고있다’는 플라톤의 말을 항상 하면서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같은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흔히들 요즘 하는 말인 ‘팩폭’ 은 팩트 폭력, 즉 그대로의 사실을 가감없이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맞는 말을 하는 것이지만 폭력이 되어 진실의 말이 상처가 됩니다.
 
옳은 것, 맞는 것에만 매달리다 보면 편협함으로 매몰되어 정작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친절함을 잊게 됩니다. 친절함을 보일 때 많은 것들이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친절하기만 하면 됩니다. 친절함이 옳은 것이니까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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