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 좋은 흙이 되어 꽃을 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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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 좋은 흙이 되어 꽃을 피우기

 

아주 작은 나비들이 모여들어 한송이 꽃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수국. 물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인지 분홍 꽃이든 파랑 꽃이든 그 색감에 주변까지 다 물드는 느낌이죠. 그런데 수국의 컬러는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처음에 은은하게 녹색을 띤 하얀 꽃은 점점 바뀌게 됩니다.
꽃에 있는 델피니딘이라는 색소가 흙에서 흡수하는 알루미늄 이온과 만나 컬러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겁니다. 흙이 산성이라면 알루미늄 이온이 뿌리로 흡수되어 푸른색으로, 염기성 흙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이 흙 속 수산화이온과 결합해 물에 녹지않는 앙금이 돼버려 흡수하지 못해 분홍색으로 피어나게 된답니다.
과학 시간에 리트머스지로 실험을 하던 때가 딱 생각나는 순간이죠. 그러고보니 수국은 바로 흙의 성질을 나타내는 리트머스지였던 겁니다.

어떤 흙을 만나느냐에 따라 식물은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뿌리를 내리고 산다’고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어떤 흙에서 존재하는가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흙이 환경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도 역시 환경의 일부. 그러니 우리 모두는 어디서든 흙과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나는 어떤 흙이었을까요. 선인장과 관엽식물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흙이 필요합니다. 식물에게 잘 맞는 흙을 만나게 해주는 것만으로 식물은 물만 줘도 알아서 잘 크게 되죠.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알아서 쑥쑥 커갈 사람들이 잘못된 흙을 만나 시들거리고 꽃을 못피우게 되기도 합니다.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배려하는 것, 쌍방의 원활한 소통, 결과물에 대한 정확한 조언(뼈 때리는 것이 아닌).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흙으로, 알맞은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흙을 가진 곳에선 풍성한 꽃이 피어나게 될 거구요.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내 주변의 사람들이 수국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흙입니다. 어떤 색깔의 꽃이 나오게 될까요. 아니 봉오리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그만 시들어버리는 건 아니겠죠.
때론 꽃을 피워내는 일이 훨씬 가치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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