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Novel_김은경의 이야기_1. 이토록 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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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환한 시간 (1)



달이 떴다. 환한 보름달이 떴다. 그것도 수퍼문이라 했다. 하늘에 걸린 커다란 구슬이 은빛 영롱한 조명을 세상에 드리웠다. 비늘 같은 얇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다시 사라지는 달을 향해 은수는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카메라 화면에 둘째 셋째 손가락을 붙였다. 손가락을 벌렸다 오므려 달을 가까이 당겼다 놓기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셔터를 터치했다.

은수는 달이 좋았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은근하고 말없는 친구처럼 곁을 지키는 다정한 존재. 모습을 바꾸며 날마다 우주쇼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친구. 굳이 말을 안 해도 마음을 다 알아줄 것만 같아 달을 보며 한숨도 쉬고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가. 더구나 오늘처럼 밝은 달은 마음 깊숙한 곳 곰팡내 나는 습한 그늘까지도 보송보송하게 해 줄 것만 같았다.

찍은 사진을 보니 빛 번짐으로 이지러진 달 주변에 후광처럼 빛바랜 분홍색의 헤일로가 있었다. 가위로 오려낸 듯 선명하고 예쁜 보름달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할까. 하긴 사진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저 달이 진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크고 환한 달. 은수는 아파트 베란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코를 킁킁거렸다. 마치 달이 향기를 내뿜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원한 밤공기가 집안으로 밀려들었다.
 
그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초등학교 6학년 반창회 단체카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달 사진이었다. 나만 달을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은수는 빙긋 웃었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희고 커다란 달이 반가웠다. 잡지나 인터넷에서 보던 것만큼 빨아들일 듯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얼룩도 생생한 달이 휴대폰 화면을 꽉 채웠다. 오늘밤을 오래 추억할 사진이었다. 사진을 올린 영규가 멘트를 던졌다.
 
  - 친구들아 수퍼문 기 좀 받아라. 장비 좀 썼지. 100배 땡겨서 겨우 하나 건졌다.
  - 영규야 사진 제대로다.
  - 장비빨 죽인다.
  - 오, 영규는 달사냥꾼이네.
 
 친구들이 엄지를 치켜든 이모티콘을 날리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이는 쉰을 훌쩍 넘겼지만 말투는 여전히 6학년 아이들 같았다. 연숙이는 답글 대신 노란 보름달 이모티콘을 올렸다. 둥근 달 안에 ‘밝은 보름달에 소원 빌고 바라는 바 모두 이루세요’라는 문구가 한 글자씩 차례로 떠오르는 그림이었다.
 
은수도 방금 찍은 사진 중 구름 낀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점으로 찍힌 달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달 주위로 동심원의 달무리가 또렷했다. 은수는 글을 덧붙였다.
 
  - 달 사진 찍다가 팔 떨어지겠다.
  - 은수야, 엘보 올라. 그냥 구경해.
  - 감탄! 나도 달 보러 나가봐야겠다.
 
감탄한 건 민철이었다. 잠시 후 민철도 달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휴대폰으로 찍었을텐데  다루는 기술이 좋은 건지 크고 환한 달이었다. 은수의 시선이 민철의 사진에 오래 머물렀다. 영규의 달이 명료하지만 차가운 느낌이라면 민철의 사진은 부드럽고 정감이 느껴졌다. 같은 달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도 이리 제각각이고 느낌도 달랐다. 민철의 글이 이어졌다. 

**다음호에 <이토록 환한 시간> 두번째 편이 이어집니다.

**작가 소개/ 김은경_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21년 경기히든작가 수필 부문 당선 후, 단편소설집(공저) <그해여름 오후2시> <매화로 48번길> <소설을 좇는 히치하이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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