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_21.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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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_안타깝다

최근 ‘안타깝다’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안탁갑’이라는 여인과 ‘세종대왕’의 인연에서 유래한 말로 세종대왕의 아내로 궁에 들어갔으나 이내 쫒겨나 세종대왕을 그리며 남은 생을 살아간 여인 ‘안탁갑’의 사랑 이야기를 ‘안타깝다’라고 부르게 되었다하네요. 한 사람의 이름이 상황을 이르는 단어가 되다니!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짧은 생을 살다간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입니다. 그러나 종종 그의 이름을 수식하는 수식어로 ‘안타까운’ 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매독에 걸려 요절했다는 것과 더불어 살아생전 큰 명성을 얻지 못한 불운을 겪었다는 후대의 평판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슈베르트는 살아생전 동료 작곡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그의 따뜻한 음악을 귀가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기에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따뜻한’ 이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음악은 안타까울 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슈베르트의 음악은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즉흥곡 제3번은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창작 의지를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네 곡으로 구성된 즉흥곡집 안에서 세 번째 곡에 해당하는 작품이지요.

Impromptu No.3 in Gb major, D.899 Op.90 by Franz Schubert


사진출처: https://www.austria.info/en/culture/franz-schubert-poet-and-liederfuerst

이 곡은 무르익은 가을의 열매가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씨앗을 트고 나오는 역경과 비바람을 이겨내는 고통을 넘어선 창작의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이 즉흥곡과 더불어 즉흥곡집을 작곡할 당시(1827) 건강이 매우 안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지고 있었죠.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삶을 향한 요동침이 녹아있습니다. 그의 음악을 단 한번이라도 들어 본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그의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죠. 수시로 변하면서도 그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향해 흘러가는 그의 화성 진행은 마치 인생의 여러 단계를 넘어 결국 도달해야할 곳에 이른 자의 해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슈베르트는 단순히 기교를 과시하는 작곡 기법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하며 인간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전히 사랑받는 그의 음악은 앞으로도 그 감동을 이어가겠죠.

가을이 왔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마음의 문을 탁 트이게하는 선선한 날씨에 비었던 마음도 설렘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여전히 빈 마음이시라면 가을을 맞아 슈베르트의 음악 한 곡을 들으며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는 것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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