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피아니스트 안미정의 음악칼럼_ 23. Beat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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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Beat myself

결혼과 출산이후 돌봄이 주 일과이자 주 업무로 자리잡아 제 삶에서 돌봄을 빼 놓고 생각한 적이 드뭅니다. 그러던 중 11월을 향해 달려오던 마지막 주,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에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 컴퓨터와 마주하고 저을 수 없는 반깁스 목과 차갑게 식어버린 두 손을 주물러가며 음악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돌봄은 나를 돌보는 것을 빼고 실천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면서요.

엄마의 사고로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할 시간이 훨씬 늘어난 제 아이는 요새 리듬 연주에 푹 빠졌습니다. 학교 음악시간에서 배워온 여섯 가지의 리듬을 손에 익을때까지 쉴 틈없이 반복하더군요. 손바닥을 부딪쳐서, 발을 굴러서, 손등을 맞대서, 그리고 온몸의 이부분 저부분을 가볍게 두드리며 소리를 만들어 냈어요. 제법 추워진 날씨에 전기 장판을 깔고 바닥에 누워있으면 아이의 발 구르기나 리듬 연주가 훨씬 더 선명하게 들리곤 했지요.

며칠 전 아이가 책상위에 하얀 종이를 한장 꺼내두고 자신의 리듬 연주가 끝날 때마다 빼곡히 숫자를 적어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게 다 뭔지 의아했던 저는 아이에게 물었죠.

What’s your goal?
I beat my record.
   
아들의 대답을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자신 스스로를 자신의 성장기준으로 정하다니요! 그리고 더불어 beat 라는 단어가 가진 서로 다른 동사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Beat는 크게 ‘두드리다 (때리다)’와 ‘이기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두드리는 소리가 심장소리로 연결되고 나아가 이것을 빼고 음악을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죠. 세상의 모든 음악에는 Beat가 등장합니다. 세상의 모든 라이브 음악이 지역과 장소를 달리해 반복적으로 연주됨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르게 들리는 건 연주자들이 세팅하는 Beat의 간격과 세기와 강세가 달라서입니다. 녹음된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청자의 Heartbeat 간격과 세기와 강세가 다르니 들을 때마다 다른 음악으로 들리는 것이고요. 그보다 더 기본적으로 Beat가 없으면 사람이건 음악이건 죽습니다.
이쯤되니 Beat가 뜻하는 두드리는 것과 이기는 것이 같진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그 같음이 잘 구현된 것이 돌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요. 반복적인 일과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때에 맞춰 살펴 이겨내는 일, 그것이 돌봄이라 생각하니 가정과 사회라는 관계의 돌봄에 앞서 나를 돌보는 것의 중요함이 새삼 유별나게 다가옵니다. 심장을 두드려 오늘을 살아내는 한 우리는 매일매일을 이겨나가는 것 아닐까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오늘이라는 하루도 힘차게 두드려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I beat my heart
나는 내 심장을 두드립니다. 나는 나를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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