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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의 On the Radio_ 20. 로제-A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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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제-APT



일주일 넘게 호되게 아팠다. 충격으로 가득했던 2024년 연말을 침대에서 고이 보냈다. 2025년, 거창한 새해 결심 따위는 꿈도 못 꾸고 “Bedridden”(몸져 누운) 상태를 벗어나기만을 기원했다.



이제 몸이 좀 회복됐나 보다. 나도 모르게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야말로 전세계를 강타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다. 이 earworm(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노래) 덕에 이제는 모두가 아파트라는 콩글리쉬를 알 듯하다. 영어 Apartment의 약자나 주거공간이 아니라 술게임으로 알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브루노 마스가 태극기를 흔들며 건배 건배를 외치는 뮤직비디오가 여전히 낯설다. 누구 말마따나 케이팝과 한류라는 측면에서 요즘이야말로 한국인이기 참 좋은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이 노래와 윤수일의 아파트가 리믹스로 울려퍼진다는 서울의 거리에서도 그런 생각들을 할지는 모르겠다. ‘서울의 봄’을 영화로 대리체험했던 2023년 연말에 과연 누가 알았을까. 2024년 말에 계엄령 martial law을 실시간으로 맘 졸이면서 경험할 줄은. 이 초유의 사태가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아직도 모르겠다. 실시간으로 (real-time) 뉴스를 따라잡기에는 (Follow the news)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버겁다.

Rosie 앨범의 다른 곡들도 참 좋다. 그중에서도 Number One Girl 가사에 자꾸 마음이 간다. 새벽까지 악플을 보며 밤잠을 설쳤다는 로제, 아니 로지/채영이가 정말 솔직한 마음을 담아 작사했다는 곡이다. 누군가에게 완벽하게 사랑만 받으며 ‘넘버 원’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그 마음과 그 사랑을 갈구하는 자신의 못나 보이는 감정을 토로하는 이 노래를 쓰면서 로지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Tell me I’m that new thing
내가 요즘 대세라고 말해
tell me that I'm relevant
내가 여전히 의미 있다고 말해
Tell me that I got a big heart,
내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해
then back it up with evidence
근거를 들어 증명해

I need it and I don't know why
그 말이 필요해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This late at night
이렇게나 늦은 밤에


한 인터뷰에서 로제는 이런 말을 남겼다. “20대가 그러잖아요. 나를 잘 돌보려고 하지만, 가끔은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서 배운 것도 많았고.“ 그 말랑말랑한 20대를 한참 전에 떠나보낸 지금도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아니, 어쩌면 바로 그 인정 욕구 때문에 “나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치며 relevance(관련 있음/유의미함)에 더 목을 매는지도 모르겠다. 애먼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며 민폐 끼치지 말고, 일렁이는 마음은 알아서 스스로 다독이자. 내 인생(에서만큼은) 내가 대세다. 그런 마음으로 올해도 잘 버티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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