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칼럼

모닝레터_브라운은 새로운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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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is the new black.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이름입니다.
‘감옥에서 입는 오렌지색 죄수복이 이제는 대세다’ 라는 제목처럼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여자 수감자들의 이야기가 사람들 시선을 꽤 끌었던 쇼였죠.

또 <인턴> 이란 영화에선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보려고 은퇴한 노인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고는 Gray is the new green 이라며 노인들 사진을 회사 소셜 네트워크에 올립니다.
파릇파릇한 초록색으로 상징되는 젊은이들 대신에 희끗희끗 회색 머리의 노인들을 새롭게 고용하는 파격을 보여준 거죠. 경험많고 지혜로운 시니어들이여, 앞으로 나와 가지고 있는 것을 마음껏 펼쳐주세요! 라고 하면서요.

확실히 한가지 색으로 표현되던 이미지와 상징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Brown is the new green.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피부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변화입니다.

파란 잔디가 이제 반갑지 않은 때입니다. 저렇게 푸르게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할까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지난 3년간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말로 다 못할 정도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LA캠퍼스 연구소에 의하면 1500년대 이후 요즘의 가뭄이 가장 심한 것이라고 하네요.

2020년, 꺼지지 않던 캘리포니아 산불로 온통 사방이 벌겋게 되었던 그날의 아침과 날아온 재로 뿌옇기만 했던 그때의 공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호주에서 같은 해 일어난 엄청난 산불로 소방관의 품에 안겨 구조되던 까맣게 탄 코알라의 모습도 가슴아팠던 장면입니다. 그 이후 코알라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하니, 정말 사람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탄식하게 됩니다.

정말로 가뭄이 심각합니다. 건강을 위해 깨끗한 물을 사먹는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생존을 위해 물을 배급받는 때가 예상보다 일찍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고요의 바다>에서 계급에 따라 물을 배급받고, 배급카드가 은밀하게 거래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저 장면에 곧 내가, 아니면 내 아이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워하는 시간 줄이기, 양치할 때 물 잠그기, 빨래감은 모았다가 한꺼번에 세탁하는 것, 과일이나 야채를 씻은 물은 화분에 주기 등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갈색의 잔디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브라운이 새로운 그린이니까요.

글/ 한혜정(모닝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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